묵상이 담긴 여행/터키, 그리스

덥지도 차지도 않은 교회- 라오디게아 교회 -

wisdomwell 2011. 2. 24. 15:32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다시 서편을 향해 달려가는 길 연변엔 점차 포플러 나무의 푸르름이 짙어져가고, 개발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에일디르 호수가 푸른 산맥을 배경으로 바다처럼 펼쳐집니다.  호숫가를 수놓고 있는 팥죽색 들꽃의 무리가 찰랑이는 맑은 호숫물에 발을 담근 채 서 있는 수양 버드나무와 어울어져 싱그러움을 전해줍니다.  파묵칼레가 가까워 오면서 목화의 성(城)이란 이름답게 목화밭과 복숭아 과수원, 포도밭, 아편을 위해 재배되는 칙칙한 보랏빛 양귀비꽃 등이 시선을 끕니다.

 

파묵칼레 (Pamakkale)  

 

 

 

 

  *** 파묵칼레 온천

히에라폴리스 남쪽에 석회암 온천장으로 유명한 파묵칼레(뜻: 목화의 성)가 있다.

칼리큘라 황제 등을 비롯한 많은 귀족들이 이 온천에 와서 요양했다고 한다. 

이 온천수가 심장병, 고혈압 치료에 효험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현재 터어키 데니즐리 시(市) 근교 서북쪽에 위치한 파묵칼레는 고대(古代)로부터 명성을 얻고 있는 석회암 온천장으로 유명합니다. 

하얀 석회층이 두텁게 쌓여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는데 그 위로 섭씨 35도의 온천물이 흘러 내립니다. 

현재는 이곳 호텔들에서 물을 끌어가는 바람에 온천수의 양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한 온천 위를 신을 벗고 걸어다녔습니다. 

온천수가 발목에 찰랑거렸는데 약 15분 걷고 나니,

그 동안의 여독이 모두 풀리는 듯한 개운함을 느꼈습니다. 

 

 

 

 

 

 

 

 

 

 

 

 

 

 

 

 

네크로폴리스/히에라폴리스(Necropolis/Hierapolis) 

 

온천 입구에는 네크로폴리스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문자 그대로 죽음의 도시입니다.  로마시대, 병의 요양차 이 곳을 찾았던 병자들이 많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 구역입니다.  수차례 지진으로 인해 묻혀있던, 그 당시의 돌로 된 관들이 밖으로 돌출되어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석관(石棺)의 도시입니다.  괴기영화에 나올 듯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네크로폴리스가 끝나는 곳에, 버가모왕국과 로마제국의 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버가모 소왕국의 어머니 이름인 히에라(Hiera)였고, B.C. 4세기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 히에라폴리스의 Agora로 들어가는 입구의 아치앞에서....

 

 

A.D 1세기 후반 도미니안 황제 치하 (A.D. 84-88)에서 지어졌다는 로마제국의 시원하게 쭉 뻗은 돌길을 걸어봅니다.

상가로 사용되었던 히에라폴리스의 거리입니다.

 

 

 

  히에라폴리스 언덕 위에는 원형극장과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사도 빌립을 기리는 기념교회의 유적이 있고, 또한 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라오디게아 교회의 폐허가 남아 있습니다. 

 

덥지도 차지도 않은 교회
- 라오디게아 교회 -

Derizli, Turkey

 

요한 계시록에 나와 있는 에게 해(海)근방 소아시아 7대교회 중 제일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골로새 지방에 있는 이 라오디게아 교회였습니다.  바울 당시에도 있었던 교회로 그는 골로새서(4장 12, 13절)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너희에게서 온 에바브라가 너희에게 문안하니...그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히에라폴리스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는 것을 내가 증거하노라" 고 쓰고 있어 에바브라가 이곳 교회에서 일하고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기원전 133년, 로마제국의 한 도시로 편입된 라오디게아 시는, 당시 상당한 부(富)를 자랑하는 내노라 하는 도시 중에 하나였습니다.  고리대금업이 성행했고, 주변에 있는 파묵칼레 온천장에는 칼리큘라 황제 등 황족과 귀족들이 요양을 위해 찾아오는 등 활기띤 휴양도시였습니다.  교회도 물질적인 풍부함 때문인지 영적인 갈급함이 없는 교인들이 대부분이었던 모양입니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  [요한계시록 3장 17절]

 덥지도 차지도 않은 교회.  문화인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하나의 장신구처럼 기독교를 생각했던 사람들.  이런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주님은 통렬하게 책망하십니다.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 [요한계시록 3장 14-16절]

 

 

 

 현재 라오디게아는 이름없는 마을로 전락하였고, 옛 교회터로 향하는 길은 길게 자란 잡초들만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파도치고 있었습니다.  사라져버린 옛 도시.  곳곳에 쓸쓸함이 감돌았습니다. 

꺽어온지 오래되어 시들어가는 장미 한 송이를 손에 들고 "원 달라!"하며 쑥스럽게 내어미는 시골아이의 눈빛에 서글픔이 어렸습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원형극장의 폐허는, 찾는 사람도 관리하는 이도 없이 그렇게 내버려져 있었습니다. 

교회가 있었다는 자리에는 돌기둥들과 벽의 일부, 주춧돌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던 라오디게아 교인들의 말로(末路)를 이 폐허의 황량한 모습이 대변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질적인 풍요함 때문에 간절함, 진실함, 안타까움을 결여한 나 자신의 모습을 이 라오디게아 교회의 폐허에서 만납니다.  귀가 높을대로 높아져, 아무리 귀한 진리의 말씀을 들어도 그저 무감각한 영적 불감증의 시대를 살고 있질 않은가?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 옛날 사두개인처럼 영적인 능력을 부인하는 지극히 현세적인 삶을 살고 있질 않은가?  편한 것만을 좋아하는 안일함 속에 매사에 적당히 타협하며 살고 있질 않은가?  차라리 차기라도 하면, 솔직한 맛이라도 있을 터인데, 늘 양다리 걸치며 엉거주춤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요한계시록 3장 19절]


 주님, 라오디게아교회처럼 미지근한 상태에서 저를 구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함으로, 뜨거움으로, 열심을 내어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글, 사진: 이영순. 지혜의 샘 블로그  터키 성지순례,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 라오디게아 교회, 소아시아 일곱 교회.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