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갑바도기아 지방에 위치한 괴레메의 암굴교회. 9세기 이후 대규모로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괴레메 (Goreme) 야외박물관:
거대한 암굴 속에 교회와 집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9세기부터 대규모 기독교인들의 정착지가 되어 이곳 괴레메에만 해도 360여개의 암굴교회가 있습니다. 암굴교회 내부에는 칠이 많이 벗겨지기는 했으나 그 당시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들이 남아 있어 그 그림의 주제에 따라, "사과교회", "뱀이 있는 교회", "신발이 있는 교회" 등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예수의 생애와 4복음서를 상징하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초상화도 동굴 벽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성화의 변천을 통해 당시의 시대를 추정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부엌, 곡식이나 포도주 저장실, 식당들의 흔적이 그대로 보전되어 이 암굴들이 하나의 수도원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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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뢰메 야외박물관 앞에는, 사진촬영용 낙타가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
지난 날 아나운서였던 정여사님과 함께
데린쿠유, 지하도시에서
위에 소개한 갑바도기아의 암굴들이 하나님의 작품이라면, 데린쿠유에 있는 지하도시는 인간의 신앙의 힘이 일궈낸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바도기아에는 10여개의 지하도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데린쿠유와 카이막클루입니다.
데린쿠유는 부드러운 화산 응회암을 깍아서 지하 18-20층까지 40m 깊이의 땅굴을 파서 만든 문자 그대로 지하도시입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저 약간의 바위들이 나지막하게 누워있는 평범한 모습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개미집 형태의 미로처럼 연결된 굴들이 땅 속으로 층층이 파고들어 소도시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8층까지만 방문객들에게 개방되고 있습니다.
** 데린쿠유의 지하도시. 겉은 평범함 바위 모습이지만, 지하로 15층까지 파내려간 거대한 지하 거주지다.
1층엔 마굿간과 포도를 짜서 숙성되도록 놔두었던 방이 있고, 이 방들을 지나면, 원통형 둥근 천장이 있는 방이 있는데 예배당으로 사용되던 공간입니다. 2층으로 가는 통로의 양쪽으로 방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부엌, 와인을 눌러 짜던 방, 창고와 우물들, 학교, 거주하던 방들이 층층에 있는데, 통로들이 이 곳 저 곳에 뚫어져 꼭 안내인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주의를 들을 만큼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가 저기 같고 저 곳이 이 곳 같은 지하 굴. 여기서 길을 잃으면, 아마도 영원한 미아가 될 수밖에 없는 방향감각 부재의 도시였습니다. 3층에서 5층으로 직접 이어지는 긴 통로는 비상시에 커다란 둥근 맷돌로 막을 수 있도록 건설되었습니다. 이 곳 말고도 방어용 맷돌이 곳곳에 있어 외부의 침입자가 들어오는 길을 사전에 막게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 지하 동굴 도시의 내부. 교회로 사용되었던 자리.
이 지하도시에는 환기를 위한 굴뚝이 52개가 있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고, 약 1만 명이 거주할 수 있었다니 대규모의 도시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7층에는 십자가 형태로 된 교회가 있어 그들의 영성훈련을 도왔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외부의 박해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얻고자, 이 햇빛이 스며들지 않는 지하로 숨어들었고, 그들의 일생 전부를 이 곳에서 은신하며 개미처럼 산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곳 지하굴에는 어떠한 벽화도 그려져 있지 않아 지하도시의 정확한 건축시기를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신앙을 위해 수년, 아니 수 십년에 걸쳐 굴을 파들어가며, 지하도시를 형성해 갔던,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위대한 힘을, 희미한 불빛 속에서 동굴의 각 방을 이어주는 좁은 통로를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며 걸으면서 새삼 되새겨 봅니다.
갑바도기아의 지하도시는 신앙의 힘이 만들어낸 인간의 걸작품입니다.
글, 사진: 이영순 지혜의 샘 블로그 2002년 5월 터키 갑바도기아에 있는 데린쿠유, 괴레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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