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터키, 그리스

이방의 빛 -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

wisdomwell 2011. 2. 20. 20:21

이방의 빛
- 비시디아 안디옥(Pisidia Antioch)에서 -

 

 

 

터키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며 터키에서 이슬람의 성지로 여겨지는 코냐(이고니온)에서 1박하고, 얄바치(Yalvac 비시디아 안디옥)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고니온은 사도바울이 1차 전도여행시 방문했던 도시이지만 지금은 원리주의 이슬람교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보수적인 회교도의 마을이었습니다.  최초의 이슬람교 사원이라는 알라딘 모스크를 필두로 회교 사원들의 첨탑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오전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터키의 남성들이 길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장기를 두기도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두가 남자들이었습니다.  여행 가이드 제니 양에 의하면, 여자들은 카페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여자들은 밭일을 하고 남자들은 40이 넘으면 일찌감치 은퇴하여 한가롭게 소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버스를 타고 농가들을 지나면서 창밖을 보니 과연, 밭에 나와 구부려 일을 하고, 나무 짐을 지는 것은 여자들의 몫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묘한 남성우월주의의 또 다른 모습을 이곳에서도 확인하게 됩니다.


 여자들은 보통 17세가 되면, 다니던 학교도 중단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결혼 적령기를 넘은 과년한 딸을 둔 집에서는, 자기 집에 시집갈 처자가 있음을 광포하기 위해 빈 병을 지붕 위에 달아놓아 둔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팔기 위해 싸인판을 부착해 놓듯이, 아직도 시골에서는 병을 꽂아 놓는 것이지요.  파묵갈레 근처의 쿄이라는 마을을 지나면서 정말 병을 지붕에 꽂아 놓은 집들을 서너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행들은 대발견이라도 한 듯 쾌재를 올렸습니다.
 


 코냐에서 서쪽에 있는 데니즐리로 가는 노중에 얄바치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성서에 나오는 비시디아 안디옥입니다.  사도바울 당시 이 지역은 갈라디아 지방의 일부였습니다.  터키 성지순례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대하는 성서 유적지인 셈입니다.  비시디아 안디옥에는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아우구스투스 신전, 목욕탕들의 유적과 함께 사도바울 기념교회터가 남아 있습니다. 

 

 

 

 

이 교회는 바울과 바나바가 유대 회당에 들어가서 설교했던 것(사도행전 13장 14절)을 기념하여 A.D.325년 지어진 바실리카 스타일의 교회입니다.  우물과 기초석들만이 그 곳에 남아 있었고, 그 바로 옆, 진짜 유대교 회당 자리엔 성막을 모방한 휘장 (위 사진 왼쪽 검은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 The Church of St. Paul  (사도바울 기념교회 유적지).  유대교 회당이 있었던 자리에 AD 325년에 지어진 교회

 

그 곳 회당에 들어가 두 차례나 바울은 예수가 메시아라는 복음을 전했습니다.  두 번째 안식일에는 거의 온 성이 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자 하여 모였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그 모인 무리를 보고 시기심이 가득하여 바울과 바나바를 비방하자, 그들은 담대히 선포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마땅히 먼저 너희에게 전할 것이로되 너희가 버리고 영생 얻음에 합당치 않은 자로 자처하기로 우리가 이방인에게로 향하노라.  주께서 이같이 명하시되 내가 너를 이방의 빛을 삼아 너로 땅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  [사도행전 13: 45-46]


이 말을 듣고 비시디아 안디옥의 이방 사람들이 기뻐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고 영접하는 구원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누가는 사도행전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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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바울 기념교회 내부에 우물이 있었던 자리       

 

  결국 바울은 이방인을 위해 복음 전하는 사도가 됩니다.  이제 그의 앞에는 고향을 떠난 고되고 긴 여행길들이 두세 차례 더 있게 될 것입니다.  멀리 타오르스 산맥의 산줄기가 푸르게 보였습니다.  AD 50년 전후해서, 바울과 바나바도 저 타오르스 산맥을 바라보며 이 로마제국에 귀속된 비시디아 안디옥의 길들을 걸었을 터입니다.  환호와 적의(敵意)가 그들을 감싸는 가운데...

 

 

  *** 비시디아 안디옥 사도바울 기념교회 뒷편.  멀리 지중해와 중부 아나톨리야의 경계를 이루는 타오르스 산맥이 보인다. 

사도바울 당시 이 지역은 갈라디아지방의 일부였었다.


 

  
Lake Egirdir (에일디르 호수)

타오르스 산맥을 배경하여 호수가 누워 있었다.  호수 주변엔 촘홈하게 포플라가 서 있었고, 복숭아 나무 과수원도 눈에 띄었다. 

호숫물속에 버드나무가 밑둥을 담그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팥죽색 들꽃들이 피고 있는 아직 미 개발의 아름다운 호수였다.

호수를 지나 골로새 지방으로 향한다.

 

글, 사진: 이영순 (지혜의 샘 블로그)  2002년 5월 터키 얄바치 (비시디아 안디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