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온 사람들은 진실을 호흡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게다가 사람들은 이러한 진실, 고요함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 고요함은 사람들의 영혼에 원래부터 있었던 거예요. 그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브루스 페일러, Walking the Bible-
요르단은 사막의 나라다. 남한의 면적에 해당되는 요르단 국토에서 경작이 가능한 지역은 북부의 수도를 중심한 단 4%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불모의 사막이다. 이러한 사막의 나라에서 사막만이 간직한 독특한 아름다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 그곳이 바로 와디 럼(럼 골짜기)이다. 가나안으로 향하는 이스라엘을 저주하도록 부탁받은 발람이 이 사막길을 통과했을 것이며, 어쩌면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은 엘리야가 하나님의 산을 떠나 다마스커스로 가기 위해 물을 구할 수 있는 이 와디 럼의 광야를 지났을 지도 모르겠다.
떠나오기 전부터, 일정 중에 와디 럼(Wadi Rum)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다. 1917년 T. E. 로렌스가 베두인족들과 함께 오스만 터키에 대항한 아랍독립전쟁을 일으켰던 현장이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남자의 비극을 그렸던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1962년 작품)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35,6 년 전쯤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후 한동안 너무도 그 감격이 커서 주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피터 오툴의 잊을 수 없는 명연기와 함께 그가 그려낸 로렌스에 대한 깊은 연민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영화가 이렇게 위대할 수 있구나. 나도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당시 영화를 찍고 공부한다는 그룹에 소속하기도 했던 것이 바로 이 영화 때문이었으니 와디 럼에 대한 설렘은 당연한 것이리라...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한 장면(안소니 퀸과 로렌스를 분한 피터 오툴)
마음을 열고 보면 가장 좋은 곳-광야
이스라엘-요르단 국경을 넘은 버스가 왕의 대로를 벗어나 와디 럼으로 들어가는 동쪽 사막길로 들어서면서 탁 트인 모래 벌판과 사암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오랜 동안 가이드로 일해 왔던 이집사님의 광야에 관한 명상의 말들이 차창에 비치는 사막의 풍경들 위에 오버랩 된다.
"광야는 성지 중에 참 성지입니다. 성지의 기념교회들은 사람들이 후기에 만든 것이지만 갈릴리 호수와 광야는 아브라함 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좋아합니다.
성경의 역사는 모두 사막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은 광야를 연단의 장소로 쓰셨지요. 세례요한이 외치던 곳도 광야였고, 주님이 금식하며 기도한 곳도 광야였습니다. 수도사들의 수도실도 광야였고요. 광야의 음성을 들으십시오. 하나님은 여기서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가?
광야에선 공기가 깨끗해서 육안으로도 60km를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은 밖을 보는 것이지만 순례는 자기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어도 끝없이 보면 자기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신앙이란 무엇인가? 나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찾게 해주는 장소가 광야입니다.
사무엘은 기도했습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새벽 여명에...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십시오. 광야에서 지는 해를 보며 묵상해 보십시오.
섭씨 40도의 무더위 속에 죽을 것 같으면서도 광야엔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습니다.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자정 능력이 있는 곳이 사막입니다. 광야는 진짜 성지를 보는 것입니다. 광야에 관한 모든 것을 보도록 하십시오. 눈에 의지하면, 실망하는 것이 성지순례이지만, 역사를 보면 은혜가 됩니다. 마음을 열고 보면 가장 좋은 곳이 광야입니다."
새벽에 쓰는 편지 제 72신 (2006년 7월).
사진: 와디 럼 (요르단의 사막). 세번 째 사진은 퍼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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