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성지순례: Egypt·Jordan·Lebanon

[요르단 2] 청결하기에 아름다운 사막-와디 럼(Wadi Rum)에서

wisdomwell 2008. 1. 20. 10:02

 "지혜가 그 집을 짓고 일곱 기둥을 다듬고" [잠언 9장 1절]

 

 

 청결하기에 아름다운 사막-와디 럼(Wadi Rum)에서

 

 드디어 와디 럼 관광안내소에 도달했다.  모래 벌판에 우뚝 솟은 붉은 사암의 기이한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것이 지혜의 일곱 기둥입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지혜의 일곱 기둥".  T. E. 로렌스의 자서전 제목이 아닌가?  로렌스가 보았을 사암의 봉우리들을 나도 보고 있구나...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저 바위산은 로렌스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얻게 되었나 보다.  지혜의 일곱 기둥은 사막의 바람으로 인해 기둥 모양으로 우뚝 선 대여섯 개의 바위들이 큰 바위 몸통에 붙어 서 있다.  로렌스가 이 바위산을 보고 잠언서에 나오는 지혜의 일곱 기둥을 연상해, 이 이름을 그의 자서전에 붙인 것일까?  어쨌든 남다른 감회를 느끼며 와디 럼 마을을 향해 버스에 오른다. 

 

 

 와디 럼 빌리지에 관광객들을 위한 베두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특이한 것 중 하나는 얇게 부쳐낸 지짐이었는데, 커다란 피자만한 크기의 밀전병 같은 것이었다.  식사 후 이곳에서 운행하는 관광용 작은 트럭을 타고 와디 럼을 돌아보게 되었다. 

 

 

모래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예상하고 모두들 모자와 머플러로 꽁꽁 머리를 가리고 나타난다.  베두인 여자들이 된 것같은 모습에 서로를 쳐다보며 깔깔거린다.  낡은 트럭 뒤에 너 댓 명씩 분산하여 오른다. 

 

 


 

 

 사막 한 가운데를 모래 위에 두 줄기 바퀴 자국을 남기며 덜컹대는 낡은 트럭들이 달려간다.  광활함이여!  사막의 거대함에 속이 탁 트여옴을 느낀다.  그리고 이 모래 광야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붉은 갈색의 바위산들.  6백여 미터로 치솟은 화강암과 사암의 봉우리들이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지나간다.  그 봉우리들 사이를 잇고 있는 거대한 모래 바다.  T. E. 로렌스는 "광막하고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존엄한 땅"이라고 와디 럼을 찬양했다.


 

 

 '로렌스의 우물'이 있는 곳에 도달한다.  이 황량한 사막에 물이 흘러나오는 바위가 있다니....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치니 물이 솟아 나왔다는 구약의 기록이 실감이 난다.  멀리 시야가 머무는 곳마다 모래평원과 하늘이 닿은 지평선이 펼쳐진다.  그리고 홀로 선 베두인 사람의 천막도...


 

 

 베두인 부대와 함께 와디 럼을 지나며 로렌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둥그스름한 언덕 꼭대기의 움푹 파인 곳은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다.  꼭대기의 색깔은 언덕의 아래쪽보다 시뻘건 빛이 덜하다.  오히려 옅은 회색이다.  험한 바위는 이 매혹적인 곳에 비잔틴 건축의 마무리 외양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행렬을 지으며 지나가는 풍경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랍 병사들은 와디의 길이와 너비에 넋을 잃었다.  절벽 안에서는 비행 중대가 편대를 지어 달릴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의 소규모 부대는 엄청난 언덕의 존재 앞에 쥐 죽은 듯 조용해지면서 동시에 두려웠다.  그리고 우리 부대의 왜소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퍼온 사진)

 

 "사막을 왜 좋아하십니까?"  취재 나온 미국의 기자가 묻는다.  "청결하니까요." 로렌스의 답이다.  "It's clean!"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대사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를 보는 순간 떠오른다.  그리고 그 말이 줄곧 나를 따라 다닌다.  사막의 청결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까?  트럭을 타고 사막을 달리며, 주위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빛나는 모래와 적갈색 바위산들의 미묘한 조화를 보니 저절로 가슴이 벅차온다. 

 

 

 

아, 이제 알겠다.  왜 로렌스가 이 사막으로 돌아오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왜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열정을 다해 사막을 그의 카메라에 담아 냈는지....  그들은 모두 이 사막의 광활하고 청결한 아름다움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렸으리라.  정결함, 탁 터진 시원함, 수려함, 소박하면서도 장엄한 사막의 아름다움이 나를 매혹한다...  하나님 창조 당시의 그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느님은 무엇입니까?"
 "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장소에 가면 그곳에서는 하느님을 더 잘 느끼게 된다는 건 알아요.  게다가 그런 곳에서는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사막이 바로 그런 곳인데 사막으로 들어가면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브루스 페일러, Walking the Bible-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72신 (2006년 6월)에서.

 

사진: 와디 럼 (요르단), 2006년 4월   (맨 위의 지혜의 일곱기둥은 퍼온 사진입니다.  와디럼 visitor center사진은 최정배님 촬영)

음악: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Main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