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밝은 햇살아래, 갈릴리 호수를 끼고 버스는 쿨시(Kursi),
그 옛날, 예수께서 "군대"라는 엄청난 힘을 가진 귀신에 들려 고통당했던 사람을 고쳐주셨던 거라사지방을 향해 달린다.
쿨시는 갈릴리 바다의 동쪽 해변에 있는 엔게브 키브츠에서 북동쪽으로 5km 지점, 골란고원으로 올라가는 초입,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예수님 당시 헬라인들이 지었던 이방인들의 마을, 데가볼리(Decapolice)지역이기도 하다.
골란고원을 가며 1967년 일어났었던 이스라엘의 7일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그랬었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도서실에서 이 이스라엘의 단 7일만에 끝난 전쟁이야기를 흥미롭게 신문에서 읽곤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웃나라 시리아로부터 여기 이 아름다운 골란 고원을 빼앗는 전과를 올린다.
당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도 점령했었지만, 곧 돌려주었다. 그런데, 이 골란고원만큼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려줄 생각을 안한다. 척박한 광야인 시나이반도를 어디 이렇게 비옥하고 풍성한 골란고원에 비할 수 있으리요.
마침 봄철이어서, 골란고원으로 오르는 언덕엔, 노란 유채꽃들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선명한 노랑으로 우리를 반긴다. 시나이반도와 요르단의 사막지역을 지나온 탓일까? 멀리 뵈는 복숭아꽃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샬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갈릴리 호수의 그윽한 아름다움.... 그림처럼 잠자고 있는 호면...
갈릴리 바다에 불었던 광풍을 어디 짐작이나 할 수 있겠나?
샬롬전망대에서 갈릴리 호수를 배경으로 일행과 함께
마침 거기 많은 돼지 떼가 산에서 먹고 있는지라. 귀신들이 그 돼지에게로 들어가게 허하심을 간구하니, 이에 허하신대 귀신들이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에게로 들어가니, 그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호수에 들어가 몰사하거늘, 치던 자들이 그 된 것을 보고 도망하여 성내와 촌에 고하니, 사람들이 그 된 것을 보고 도망하여 성내와 촌에 고하니, 사람들이 그 된 것을 보려 나와서, 예수께 이르러, 귀신 나간 사람이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하여 예수의 발 아래 앉은 것을 보고 두려워하거늘 귀신 들렸던 자의 어떻게 구원받은 것을 본 자들이 저희에게 이르매......
[누가복음 8장 32절-36절]
드디어 쿨시, 성경에 등장하는 거라사인의 땅. 예수께서 귀신을 축출해내셨던 그 언덕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이른다.
이 사건을 기념하여 5세기 경 지어졌던 옛 비잔틴 시대의 교회 유적이 우리를 맞는다.
Olive Press. 교회 왼쪽편엔 비잔틴 시대, 올리브 기름을 짜던 곳이 있다.
비잔틴 시대 지어진 교회의 유적 뒤편 언덕이 귀신 들린 돼지떼가 갈릴리 바다로 내리달았던 곳으로 전해진다.
바쁘게 움직여가는 우리들.
악령이 우리를 몰아가는 줄도 모르고.
그 언덕은 예상대로 가팔랐다.
갈릴리 호수까지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그 옛날, 저 경사진 길로 수많은 돼지 떼가 질주하였다.
그 내달음의 끝이 갈릴리바다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들은 그렇게 질주하다가 모두 수장되었다.
어찌 그 돼지떼 뿐이겠는가?
죽여 버린다 해도 흔적은 찾을 길 없고,
마침내 우리는 길을 잃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악령은 우리를 광야로 유인하여
사방으로 마구 끌고 다닐 터이니
..........................................
저렇게 무수히, 도대체 어디를 쫓기어 가는 것일까?
그다지도 슬프게 노래 부르는 까닭은?
가귀(家鬼)를 몰아서 저 벌판에 묻으려 함인가,
아니면, 마녀를 시집보내려 함인가?
- A. 뿌쉬낀 -
도스토에프스키는 그의 소설 "악령"의 서두에 뿌쉬낀의 시를 인용해서,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서 악령에 사로잡혀 질주하는 돼지떼의 모습을 본다.
아니, 오늘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무엇엔가 떠밀려가듯, 바쁘게 움직여가는 우리들은? 조급함이라는 악령이, 우리들을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Hurry is not of Devil, it is the Devil." -C.G. Jung-
자신들이 치달아 가는 곳이 죽음으로 향해 가는 줄도 모르고 그 거라사지방의 돼지들은 달려갔었다.
남이 가니까 나도 그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모두가 그리로 가는데 나만 빠질 수 없어 달려가기도 했고,
두가 질주하고 있기에 자신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속에 밀려가기도 했다.
세속주의, 물질만능주의를 향한 조급함의 악령이 우리를 몰아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남에게 따돌림 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물질만능주의의 바알신은 돼지속의 악령처럼 이렇게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내 몰아 간다.
그 끝이 파멸임에도 불구하고, 가속도가 붙은 채 더 많은 소유를 향해 치닫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 돼지떼에게서 본다.
그 질주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 방향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는데....
빨리 갈수록 오히려 그 파멸은 더 가까울 따름이다. 무엇을 위해 바쁜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떠밀려가듯 살고 있는 것인가?
하나님 주신 일상의 순간순간의 아름다움들을 누리지 못한 채, 도대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쿨시의 옛 비잔틴 교회의 유적을 뒤로 하고 나오다 보니 눈 앞에 곱게 야생의 봄꽃들이 피고 있었다.
어쩌면, 이꽃들은 예수님 당시에도 이곳에 이렇게 피어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이영순.
사진은 2006년 3월 27일,
이스라엘 갈릴리 거라사(Kursi)지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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