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에 선 사람들
"... 우리 있는 여기가 빈 들이니이다." [누가복음 9장 12절]
왜 그들은 빈들로 갔을까요?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그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오랜 병고에서 놓임 받기 위해서... 바짝 타들어가는 갈급한 심령 때문에....
긴 세월 마음에 담아 왔었던 한(恨) 때문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필사적인 심정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어려운 길을 나섰습니다. 뜨거운 햇볕, 발에 걸리는 돌멩이들, 광야의 흙먼지 속을, 몇 시간, 혹은 몇 날을 타박타박 머나먼 광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갈증과 허기짐을 이겨내며 그분이 가려는 빈들로 향해 갔습니다.
억눌린 세월을 살아갔던 사람들. 가난이 내 옷처럼 익숙했던 사람들. 그러기에 마음까지 가난할 수 있었던 사람들.
무언가 붙잡지 않으면 더 이상 지탱해 나갈 수 없었던 사람들... 고통의 날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람들...
그들은 빈들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서 있었습니다. 그분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만났습니다. 그 빈들에서 주님을 만났습니다. 진리를, 말씀을 만났습니다.
그분과의 만남 속에서 실로 오랜만에 고통으로부터의 자유함을 맛보았습니다.
"때가 저물어 가매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여짜오되 이곳은 빈들이요 때도 저물어 가니
무리를 보내어 두루 촌과 마을로 가서 무엇을 사먹게 하옵소서" [마가복음 6장 35, 36절]
빈들은 소망이 없는 곳입니다. 위험한 곳입니다. 고독과 적막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외로운 곳입니다. 작렬하는 한낮의 태양과,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밤의 추위가 있는 곳입니다. 생존이 위태로운 곳, 그곳이 허허로운 빈 광야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능력은 바로 이러한 곳, 소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짜기에서 일어납니다. 절망의 늪, 밑을 알 수 없는 캄캄한 심연(深淵), 모두가 원하지 않는 곳,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깊은 고통의 자리에서 주님의 은혜는 돌연 우리를 엄습합니다.
제자들은 그저, 예수님이 주시는 다섯 개의 떡덩이와 두 마리의 물고기를 받아 무리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떡과 물고기가 공급되었습니다. 그곳에 운집한 5천 명의 성인남자 그리고 그보다 더 많았을 여인네들, 함께 따라나온 아이들.... 그들 모두가 배부를 때까지...
"많이 드세요. 여기 물고기 더 있어요..."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는 쓸쓸하고 적막했던 빈들, 허기지고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광야가 갑자기 사귐과 따뜻한 교제가 있는 잔칫집, 만복감으로 마음까지 여유로워진 충만의 자리로 변모합니다.
"이제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배부름을 얻을 것임이요" [누가복음 6장 21절]
예수께서 임재하시고 능력을 베풀어 주셨을 때, 황량했던 광야는 갑자기 축제의 한 마당으로 돌변합니다.
영의 갈급함을 축이러 빈들로 나갔던 사람들은, 그 들판에서 영혼의 만족뿐 아니라, 육신의 배부름까지 보너스로 제공받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말씀을 간절히 사모하는 가난한 심령들에게 주님께서는 물질적인 필요까지 채워주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풍성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복된 사람들입니다.
만사를 제쳐두고 빈들로 간 사람들, 주님을 믿는 자만이 그분의 풍요의 잔치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더 이상 나 자신을 의뢰하기를 포기한 사람들, 빈들에 선 사람들만이, 예기치 못했던 축제의 잔치에 참여하는 기쁨을 얻습니다. 주님과 함께 떡을 떼는 즐거움에 참례합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장 34절]
타브가의 오병이어 교회
예수께서 5천 명 무리들을 다섯 개의 떡덩어리와 두 마리의 물고기로 먹이신 사건은
갈릴리 북동편 벳새다 듪판에서의 일이었다고 복음서 기자들은 전하고 있다.
그런데 타브가는 가버나움에서 3 km 북쪽에 위치한 갈릴리 서편의 동네다.
타브가는 1930년대 초 독일의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된다.
타브가에 있는 현재의 오병이어 교회(the Church of the Loaves and the Fishes)는 4세기 지어졌던 비잔틴 교회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이 고대의 교회는 6세기에 이미 지진으로 상해를 입었고, 1세기 후에는 완전히 파괴되었었다. 지금 이 교회가 관광객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은 화려한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장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잘 알려진 모자이크는 예수의 기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두 마리의 물고기와 그 사이에 떡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바로 이것 때문에 교회가 오병이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마가복음 6장 30절이하에 나오는 아이가 주님께 드린 물고기는 아마도 옵사리아라는 조그만 고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일행이 이곳을 방문한 3월달엔 아직 잔디가 푸르지만, 여름엔 모두 말라버린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처럼....
발굴된 옛 비잔틴 교회의 바닥은 전부 모자이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1936년 독일 가톨릭 교회의 A 게오르겐과 F.바우만이 오병이어의 모자이크가 교회 제단에 오도록 설계하여 현재의 교회를 지었다.
오병이어 교회, 또는 빵과 물고기의 기적 교회로 불리워진다.
주 안에서 이 영순 드림
글, 사진: 이영순 2006년 3월 이스라엘 갈릴리 타브가에서. 오병이어 교회사진 두 장은 "성지 이스라엘" 안내 책자의 사진을 복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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