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교회가 있는 팔복산(Mt. Hatti 또는 Mt. Beatitudes)으로 가는 언덕길엔 들꽃들이 융단처럼 깔렸다.
봄철이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꽃들과 만나는 복을 누린다.
몇 해전, 5월 터키에 갔을 때, 지천으로 피어있던 빨간색 들꽃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기억이 난다.
색깔만 다를 뿐 캘리포니아의 파피와 비슷한데, 안내 목사님은 파피가 아니고 아네모네라고 한다.
예수께서 "들에 핀 백합화를 보아라" 말씀하셨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하얀 백합이 아니라, 바로 이 꽃을 가리킨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이른 봄 우리 나라의 산을 온통 뒤덮으며 피어나는 진달래처럼, 새빨간 아네모네는 아마도 이스라엘의 봄 광야와 언덕을 초록빛 잎새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수놓고 있으리라.
봄 언덕, 꽃을 보시며 무리들에게 말씀하셨을 주님. 보기 드믄 백합이 아니라, 바로 흔히 볼 수 있기에 그 어느 꽃보다도 친근한 이 아네모네를 가리키시며, 당신의 비유를 들려주셨으리라.
갈릴리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는 이 언덕 위에서 무리들에게 반짝이는 보석 같은 말씀들을 전해주셨을 주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산상설교가 전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나즈막한 행복의 언덕위에 팔복교회는 자리한다.
행복이 전해진 곳이기 때문인가? 팔복교회의 색다른 건축미가 시선을 끈다. 이태리의 건축가 Antonio Barluzzi가 8복을 상징하기 위해 8각형으로 설계하여 1937년 지은 긴 회랑이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외부도 내부도 정갈하고 균형 있다.
교회 안에는 반짝이는 금장 돔과 화려한 제단이 시선을 끈다.
둥근 돔의 지붕천장에는 여덟 장의 스테인드 글래스 창들이 서로를 마주한다.
각 창마다 주님이 산상수훈을 주시며 말씀하신 복들이 한 가지씩 적혀져 있다.
일행이 교회안에 들어와 앉자, 김미애 전도사님이 찬송을 한다. "샤론의 꽃 장미...예수 내 주여..."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우리는 눈을 감은 채 아름다운 찬양을 듣는다.
8복교회 천정의 둥근 돔이 김 전도사의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모아주는 가운데 우리는 시간을 넘어 과거로 회귀한다.
예수께서 무리를 향해 입을 열어 말씀하시던 그 언덕으로.... 그리고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마태복음 5: 3-10]
교회 밖에 나서니 갈릴리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꿈처럼 몽롱한 하늘색 빛깔이 호수 위에 펼쳐진다. 8각의 지붕이 아름다운 팔복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교회 뜰엔 빨간 무궁화가 피어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흔히 보는 그 무궁화다.
예수님이 말씀한 복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유하기 때문에 오는 복이 아니라 존재의 복이다. 에리히 프롬이 간파했듯이 소유 지향적 삶과 존재 지향적 삶이 대립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을 소위 성공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타락한 본성이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존재보다는 소유 지향적 삶의 형태를 추구하게 한다. 많이 가졌을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건강, 부, 명예, 권력, 장수, 많은 자녀손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많음을 복이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갖거나 갖지 못했을 때, 불필요한 우월감이나 열등의식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주님은 역설적이다 싶게 말씀하신다.
가난하라고... 애통하라고...
온유하라고...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고...
긍휼히 여기라고...
마음이 청결하라고...
화평케 하라고...
의를 위해 핍박을 받으라고...
그런 자가 복이 있다고..
주님의 복을 설파하신다..
모두가 나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존재의 참 기쁨을 말씀하신다.
내가 필사적으로 은혜가 필요한 존재임을 절감하는가? 바로 그가 복된 자이다.
그 빈 심령을, 그 애통하는 마음을 하나님이 그분의 사랑으로 채워주실 것이기에...
나의 굶주림과 나의 갈증, 나의 갈망이 견딜 수 없이 깊은가?
그 심연을 채워줄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나를 의탁하라. 그가 참 복 있는 자이다.
하나님과 연결될 때만이 나는 그분이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나의 생명을 풍성하게 누리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한복음 10장 10절]
글, 사진: 이영순 2006년 3월 이스라엘 갈릴리에서. (맨 위와 맨 마지막 사진은 셩지순례 안내 책자에서 복사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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