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화(體質化)된 감사
"우리의 삶은 살아있는 한 편의 찬양시가 되어야 하며, 천 전체가 감사의 무늬로 엮어져 있는 양탄자처럼 되어야 합니다."
- 더들리 J. 델프스 (하나님을 만나는 기도)-
제가 일하는 상담소 팀 미팅 시간이었습니다. 수퍼바이저가 참석자들에게 "각자 자신이 지닌 강점"을 이야기해보라고 했습니다. 모두들 한 두 가지씩 좋은 점들을 말했습니다. 그 중 C의 말이 계속 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C는 그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자신의 강점은 "작은 일에도 감사를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C는 30대 후반의 독실한 불교신자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온화함과 내적인 평화가 스며있습니다. 부드러운 음성과 웃음 짓는 얼굴이 그의 특징이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습니다.
겸손과 온유, 타인을 배려해 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이기적이거나 강력한 어조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은은한 난의 향기처럼 그에게선 인격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불교신자이니 연꽃의 향기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를 보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라는 성경구절이 연상됩니다.
그리스, 터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은 앨범을 보여주었는데, 250여장이나 되는 사진들을 그렇게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성으로 타인의 앨범을 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 태도였습니다.
삶에 대한 그의 정성스런 자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꾸밈이 없는 진실함,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편안함을 주는 인격의 소유자입니다.
결코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미소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비결은 그가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C는 생(生)에 대한 감사가 그 인격 속에 스며있어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휴식시간에 C에게 감사가 어떻게 그의 존재에 스며있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C는 감사를 마음으로 느끼는 삶을 약 5,6년 전부터 연습해왔다고 했습니다. 감사가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게 한 의식적인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잠들기 전, 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할 것들을 반추해 봅니다. 열 가지의 부정적인 것이 있어도, 그 속에 깃들인 한 가지의 긍정적인 것을 찾아내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이 그에게 기쁨을 더하여 주었기에 계속 감사할 꺼리들을 찾곤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겠금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의 정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감사가 체질화 된 것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된 것입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지금의 이 도로를 건설하기에 애썼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한다고 합니다.
행사나 파티에 참가하게 되면, 그 행사를 열기 위해 수고했을 주최자의 노력을 떠올리며 감사합니다.
모든 사물과 사람들 뒤에 감추어 있는 손길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마워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
감사는 깊이에서 나옵니다. 내 사고의 깊이,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 뒤에 숨겨져 있는 손길들, 마음들을 묵상하면 감사가 나옵니다.
겉핥기가 아니라 깊이 자연을 바라보면, 자연은 어김없이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사람의 정성,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줌으로 보상해 줍니다.
그래서 감사가 나오게 합니다.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특별히 감사할 것이 있어서 감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찾는 눈,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이 개발되었기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감각하게 지나쳐 버리는 평범한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그리하여 일상 속에서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은 감사의 안테나를 높이고, 늘 감사할 일들을 찾는 사려 깊은 자세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생명의 샘물과 만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늘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므로, 감사가 체질화되어 나의 존재 자체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신앙인의 영성을 가늠하는 최고의 기준은 감사의 능력에 달려있다." -김 성철(리얼 크리스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18절]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28신)
2002년 11월에 썼던 글.
사진: 2008년 내게 한없는 기쁨을 안겨주었던 나의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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