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며 사는 삶
새해를 맞이하여 일찌감치 새해인사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 저것 있었는데, 생각을 붙들어 매어 기록치 않으니, 그냥 떠돌다가 가버리기도 했고,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는 메시지를 바라며 하루 이틀 기다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연말, 연초를 맞으며, 내 마음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 산만해져 있었기 때문에 주시는 말씀들을 담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중할 수 없음, 산만, 분산, 마음의 나누임, 염려.... 이것은 우울증, 불안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의 하나입니다.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고, 일을 한다 해도 제대로 해지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마음이 한 곳에 모아질 때, 집중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소에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놀라운 능력, 힘을 발휘케 됩니다. 잠재되어 있던 에너지들이 모아져 초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새벽, 말씀에 초점을 맞출 때, 보통 때는 감히 떠오르지도 않았던 지혜의 말들이 생각나고, 새로운 깨달음이 기쁨이 되어 마음 가득 차오름을 경험합니다.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진 때문입니다. 염려가 마음이 나누인 상태라면, 믿음은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진 상태입니다. 염려가 자전거 살처럼, 동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끼어드는 많은 생각들로 분산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믿음은 가장 좋은 것,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매 순간 순간을 믿음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은 집중하여 사는 삶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며 정성껏 사는 삶입니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신(神)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이 전부인양, 그에게만 마음을 모아주고, 글을 쓸 때는, 쓰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을 때는, 책 속의 저자와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며,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들으며, 그 곡을 만든 사람과 교감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신문을 집어치우고, 오직 그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는 일에만 충실하고 싶습니다. 산이나 강물, 하늘과 별, 나무나 꽃을 바라볼 때는, 그것이 나에게 들려주는 그윽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다정한 관심을 가지고 깊이있게 그들과 만날 것입니다. 순간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성심으로, 정성껏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져 봅니다. 나뉘임이 없도록...
내 삶이 그 때, 그 때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순간들이 모여 탄탄하고 알찬 삶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껏 시간 내어 여행을 떠나온 사람이 여행지에서의 귀한 경험을 만끽하지 못하고, 두고온 집안일, 회사일로 마음이 산란해져 있는 모습을 보는 때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자녀에 대해 늘 노심초사 걱정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는, 하던 일 계속하며 건성으로 듣는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마음이 나뉘어 있으면, 그 순간 우리의 시간은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회색 재가 되어 날아가고 맙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되어 허망하게 스러져 버립니다.
주여, 내게 온전한 마음, 나뉘지 않은 마음 주시옵소서.
내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에 오로지 집중하며
성심으로 "현재"를 살게 하소서.
구슬이 하나 둘 꿰어져 목걸이가 되듯,
정성껏 살아진 삶의 순간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목걸이를 이루어 갑니다.
깨어져 나간 구슬이 되지 않도록, 영롱하게 빛나는 온전한 구슬이 되도록
내 삶의 순간, 순간을 충만하게 살게 하소서.
집중하여 살게 하소서.
한 번에 한 가지만을 생각하게 하소서.
단순하게 살게 하소서.
늘 기도로 내 마음을 모으게 하소서.
내 마음의 수면(水面)이 고요해지도록...
그래서 하늘을 내 마음의 수면에 담을 수 있도록.
부산함, 염려, 걱정, 두려움, 조급함...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어느 순간 틈입해 들어와, 내 마음의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고, 더 이상 하늘을 내 마음의 수면에 비추일 수 없게 합니다. 순간 순간에 충실할 수 없도록 방해합니다. 복잡한 삶 속에서 단순하게 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내 주의를 끄는 온갖 자극들 가운데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수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향단에서 피어오르는 향처럼, 조용하나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내면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이 나뉘지 않기 위하여....
"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그러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야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누가복음 10: 41-42]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6신 (2001년 1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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