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날리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한 후 타키트나(Talkeetna)를 향해 버스에 오르다.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을 보니 온통 검은 구름 투성이가 아닌가?
경비행기를 타고 맥킨리 산을 보기로 한 날인데, 이렇게 비가 오면, 비행기가 뜰 수 가 없다. 그뿐인가?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경비행기를 타긴 탔는데, 구름 때문에 전혀 산들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리라.
와! 저 구름....
차 창밖에, 거대한 산을 온통 가리고 있는 험한 구름을 보니, 앞으로 한 두시간 남짓 지난후, 타키트나에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산과 들은 색깔을 잃고 수묵화를 보듯 무채색으로 변해 버렸다.
강물이 무심하게 흐른다. 차 창 밖에 빗방울을 보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날씨가 개어 경비행기를 타고 맥킨리 산을 보게 해주세요. 모처럼 온 것 주님도 아시지요?"
디날리 북쪽 전망대 (Denali Viewpoint North)
디날리 산이 바라보이는 북쪽 전망대에 들어서다. 물론 잔뜩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상황이니, 산봉우리가 보일리 없다.
가져온 도시락을 먹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온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다.
비를 맞으며, 서있는 가문비나무와 불꽃처럼 핀 Fireweed를 마음껏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정호승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알라스카,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생명을 불태우며 붉게 꽃을 피우는 Fireweed.
더 큰 시련을 겪은 꽃이기에 , 더 많은 상처를 받은 꽃이기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더 사랑스럽고 더 향기로운 꽃이리라.
1944년 이차대전 당시 Mt. Deception에서 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군인들과 승무원들을 추모하는 비석도 보인다.
디날리 북쪽 전망대에 있는, 맥킨리 산에 관한 다양한 안내판들.
South Peak는 20,320 feet로 맥킨리의 최고봉이다. North Peak는 19,470 feet
디날리는 북미에서 최고로 높은 산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산이 매해 3/4인치 씩 더 솟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두 개의 Plate들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곳 원주민인 Athabascan들은 이 산을 "Denali (The Great one)"이라 불렀다.
신의 장엄한 창조 앞에 말문을 잃고, 무릎을 꿇었으리라.
맥킨리의 주봉들을 바라보는 전망대. 구름속에 숨어있을 장엄한 산봉우리들을 마음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 그리고 들꽃들.
아직도 비가 뿌리고 있다. 타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그리고 디날리, 그 거대한 산 줄기들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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