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편지/새벽을 깨우는 음성

하나님을 앞질러 가지 말라

wisdomwell 2008. 4. 27. 13:51

하나님을 앞질러 가지 말라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창세기 46장 9절]

 

 이 말은 늙은 야곱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애굽왕 바로를 만났을 때 한 말입니다.  그는 조부 아브라함이나 아버지 이삭과는 달리 실로 험악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단순한 순종, 우직함과 온유함으로 지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승리하며 비교적 굴곡이 없는 삶을 살았던 조상들과는 달리, 야곱은 항상 바쁘고 애태우는 삶, 속이고 속는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움으로 점철된 인생을 보냈습니다.

 

 

야곱이 험악한 세월을 보낸 이유는 그의 조급함 때문에 늘 하나님보다 한 발짝 앞서 걸어간 때문이었습니다.  가만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으면 순조롭게 풀려나갔을 그의 인생이 바로 그의 조급함 때문에 엇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적인 영특함, 모략, 술수를 총동원하여 노심초사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려고 노력했던 야곱, 그러기에 그의 인생은 늘 바쁘고 고달팠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의 약속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함으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편법과 기만으로 아버지와 형을 속였기 때문에 부모와 헤어져 타향 삼촌 집에서 20년의 세월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했습니다.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이지 않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순리대로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었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갔을까?  적어도 결정적으로 속임을 당하는 일들--결혼식 때 신부가 바뀐다든지, 자기 몸에서 난 아들들이 이복동생을 죽인 후, 그가 짐승들에게 죽임당한 것처럼 거짓을 말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야곱은 바쁘게 일하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생각했지만, 야곱이 많은 재산을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인간적인 술수를 써서 삼촌의 가축들을 자신의 가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느라 애썼지만, 실상 그 가축들이 얼룩무늬 점박이가 된 것은 그의 꾀가 적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도우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야곱도 꿈속에서 하나님께서 가축들의 교미시 인도하셨던 것을 보고 그것이 자신의 수고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임을 인정합니다.

 야곱은 하나님이 그를 위해 일하셨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습니다.  삼촌 라반이 십여 차례나 계약을 어기며 품삯을 주지 않으려고 획책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라반의 교활함을 넘어뜨리는 사랑으로 야곱을 보호해주셨습니다.  그의 좌절과 분노를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극복하도록 연단해 주셨습니다.  약삭빠르고 잘 속이고, 수단을 부리던 야곱을, 하나님께서는 그보다 한 수 위인 라반, 더 음흉하고 수단가인 삼촌과 만나게 하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자신의 방법과 노력에 의존하는 대신 그의 좌절과 배신감을 통해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도록 이끌어 주신 것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꾀와 술수를 동원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자신을 맡겨가는 삶으로 이전되기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훈련받는 2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형 에서와의 재회를 앞둔 야곱.  형의 분노를 두려워하여 그를 회유할 수 있는 그럴듯한 방법을 모색해 봅니다.  선물을 조금씩 조금씩 몇 차례 나누어 보내며 형의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기보다는 늘 그 자신의 방법대로 앞서가는 그의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든 것입니다.
 

그러나 에서가 동생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된 것은 선물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형과의 재회를 두려움으로 기다리며 얍복강가에 선 야곱에게 나타나신 하나님.  하나님과 씨름하며 그 도우심을 필사적으로 구했을 때, 야곱의 기도가 응답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는 인간적인 권모술수에 의존하는 야곱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이스라엘'이 되는 축복을 받게 됩니다.


 

 

 늙어서 유약해진 야곱은 요셉을 잃었던 사건으로 인한 그의 불안함 때문에 막내아들 베냐민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온 가족이 기근으로 죽게 될 상황이 닥치자, "잃으면 잃으리라" 대 결단을 내리고 베냐민의 애굽행을 허락합니다.  집착에서의 해방.  야곱이 그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포기했을 때, 하나님은 베냐민은 물론이고 잃었던 요셉까지 다시 찾게 되는 축복을 주십니다.  온 가족을 기근에서 구원하는 역사를 보여 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계속 포기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철저하게 하나님만을 의지하시게 하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조급함 때문에 스스로의 고통을 자초한 야곱.  급한 일을 쫓아가며 늘 동동거리며 분주하지만, 이렇다할 수확 없이 가족들 사이의 갈등의 숲만 무성하게 한 야곱처럼 그렇게 험악한 세월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여, 저의 삶을 인도하소서.  하나님을 앞질러 가는 일이 없게 하소서.  하나님만 의지하고, 한 발짝 뒤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이끌림 받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찌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찌어다."  [잠언 3장 5-7절]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사진: 위의 양과 젖소 사진은 2006년 12월 뉴질랜드 남섬에서 촬영.

글: 새벽에 쓰는 편지 제 58신 (2005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