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감에서 환대로(from Hostility to Hospitality)
-아모리 왕 시혼의 잘못된 선택-
가데스바네아를 출발하여 에돔을 우회하여 광야길로 들어선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가려면, 북향하여 가다가, 어느 순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되었다. 당시 아모리 왕 시혼의 땅인 모압평야를 통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우리가 밭에도, 포도원에도 들어가지 않고, 우물물도 마시지 않고 그저 왕의 대로로만 통행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간청에 시혼은 이스라엘의 통과를 허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군사를 이끌고 나와 전쟁으로 대응한다.
"시혼이 자기 지경으로 이스라엘의 통과함을 용납하지 아니하고.... 이스라엘을 치므로" [민수기 21장 23절]
어려운 사막길, 고달픈 여행 중에 있는 나그네들에게 물과 음식으로 극진히 대접하는 것은 이 광야를 살고 있는 베두인들의 오래된 관습이다. 아브라함도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을 최상의 예의를 갖추며 물과 음식, 그늘을 제공하며 편히 쉬게 했는데, 이스라엘의 청을 들은 시혼의 태도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아마도 시혼왕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던 불안감, 두려움, 피해의식이 그 자신을 과잉으로 방어하게 했으리라. 나의 소유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오고, 축적해온 나의 것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나그네 백성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하기에 이른다. 결국 야하스에서 결전이 벌어지고, 이 전쟁에서 시혼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계획을 막는 이방의 왕과 군사들을 무찔러 승리케 하신다.
"이스라엘이 칼날로 그들을 쳐서 파하고 그 땅을 아르논부터 얍복까지 점령하여... 이스라엘이 이같이 그 모든 성읍을 취하고 그 아모리 인의 모든 성읍, 헤스본과 그 모든 촌락에 거하였으니..." [민수기 21장 24, 25절]
시혼왕의 기사를 떠올리며, 나는 내 속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적대감과 만난다. 나의 주변의 사람들을 나의 경쟁자로 보고 나도 모르게 그들을 경계한다. 나의 영역으로 그 누구도 지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봐... 소유, 명예, 권력에의 집착은 나로 하여금, 내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자리를 마련치 못하게 한다. 그들의 지나감을, 그들의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불신과 피해의식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평안이 없다. 헨리 나우웬은 그의 저서 "상처받은 치유자"와 "Reaching Out"에서 적대감에서 환대에로의 방향전환을 촉구한다.
아모리 왕 시혼의 기사는 적대감과 그로 인한 궁극적인 패망을 가르쳐 준다. 나의 인간관계가 적대감으로 채워지는 한 나는 파멸할 수밖에 없음을, 내 영혼의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나는 알고 있다. 나처럼 상담을 하고, 그러한 사역의 전문인들을 대할 때 내가 갖는 첫 감정은 라이벌 의식이요, 경쟁심이요, 적대감임을... 아모리 왕 시혼처럼 나는 그들이 내 영역을 지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지 않을 태세로 나를 경계하고 방어하고 긴장한다. 아, 나의 죄성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셔서 말씀묵상을 통해 시혼의 적대감이 궁극적으로 그 자신의 패망으로 귀결된다는 교훈을 내게 보여주신다.
"주님, 내 속에 적대감을 제거하여 주소서. 내 집에, 나의 영역에 찾아오는 나그네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도록 도와주소서. 제게 환대의 영성을 허락하소서. 갈증을 해소할 물도 주고 음식도 제공하면서 그들이 당분간 쉬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하소서.
경쟁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함께 하는 동역자로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죄성과 아픔과 약함을 지닌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을 대하고 환대하게 하소서. 함께 함으로 피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하나님 안에 거하고 뿌리를 내림으로, 쉴 공간을 제공하고 주님으로부터 오는 평안을 나눌 수 있게 하소서."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잠언 27장 17절]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닌가?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80신(2007년 3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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