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틸로프 밸리를 물들인 파피들의 군무
지난 4월 10일(2008년), 파피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꽃 따라 봄 따라 Lancaster에 있는 파피보호구역을 찾아 차를 몰았습니다.
금년 이른 봄엔 비도 어느 정도 와주어서, 남가주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들꽃들의 향연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겨울 가뭄으로 피어나지 못했던 씨들까지 함께 꽃을 피운 탓일까요? 2005년, 몸이 날라갈 듯한 강풍 탓에 꼭꼭 입을 다문 파피꽃들을 보며 못내 아쉬운 발결음을 돌렸던 기억이 있기에, 바람이 부는 날인지 아닌지를 점검하고 홀로 길을 떠났습니다.
파피보호구역으로 접어드는 랭커스터 로드를 들어서면서부터, 들판에 주황색 융단을 펴 놓은듯, 파피들이 끝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이곳을 방문했는데, 가장 파피가 많이 핀 해가 올해, 2008년입니다.
Jane S. Pinheiro Interpreetive Center - 앤틸로프 밸리의 파피를 보호하기 위해 단지를 조성하는데 공헌했던 분의 이름을 딴 방문객을 위한 안내소이자, 미니 박물관이며, gift center입니다. 이 분은 많은 야생화들을 수채화로 그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입구에 서 있는 죠슈아 트리. 4월이면 하얀 꽃이 피는데, 벌써 꽃이 시들고 있네요.
이곳에 올 때, 15번 North freeway를 타고 138번 국도를 운전해서 왔는데, 이 도로 연변에 수도없이 죠슈아 트리들이 멀리 Mt. Baldy의 눈쌓인 봉우리를 배경으로 서 있었답니다. 가지 끝마다 새하얀 꽃들을 리봉처럼 달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밑 들판엔 사막 민들레가 듬성듬성 피어나고 있어 사막의 봄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파피꽃으로 뒤덮힌 주홍빛 언덕이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Tehachapi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수채화처럼 Antelope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파피와, 노란 Acton Daisy의 물결이 한순간 숨을 멈추게 합니다.
따뜻한 태양빛을 향해, 파피들은 황금컵이 되어 마음껏 은총의 햇살을 자신의 그릇안에 담습니다.
태양빛에 물들어서인가? 태양처럼 꽃들도 황금빛이 됩니다.
나도 신이 주시는 은총의 빛을 내 마음 가득 담아내고 심습니다.
보라색 피그미 루핀이 주황색 파피와 보색을 이루며 밝은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야생화의 천국이 또 어디 있을까요?
Tehachapi Vista Point 부근에서 찍음.
Tehachapi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걷습니다. 이 길은 총 1.8 마일의 길로 입구, visiter center에서 시작하여,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끔 되어있는 순환로입니다.
꽃들에 취해, 혼자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져가는 오솔길이 그저 즐거울 따름입니다.
파피와 Fiddle Neck (바이올린을 닮은 노란색 꽃)이 정답게 어울어집니다.
멀리 보이는 파피꽃들은 그저 주홍빛 붓으로 쓰윽 붓질을 해놓은 듯합니다. 하나님이 그리신 거대한 수채화입니다.
Red Maids. 작지만 빛나는 핫핑크의 꽃이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끕니다.
파피, Acton Daisy(노랑), 그리고 Owl's Clover (보라색). 함께 조화를 이루니 더 예쁘지요?
Acton Daisy와 Red Maids
이 들판을 물들이고 있는 노란색의 꽃들은 한 가지 종류만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의 봄철, 들꽃 색깔 중 가장 많은 것이 노란색입니다. 봄이 오면, 온통 산 언덕, 들판들이 노랑으로 뒤덮힙니다. 이 골짜기의 노란 꽃들이요? Acton Daisy, Fiddle Neck, 노란 융단같은Goldfields, 그리고 미니 해바라기들
야생화 핀 들꽃길이 하늘로 이어집니다. 이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천국이 있는 것일까?
솜털달린 새하얀 꽃들, Cream Cups 입니다.
올빼미 클로버(Owl's Clover) 와 파피
올빼미 클로버(Owl's Clover) 와 액톤 데이지
오솔길이 하늘과 맞닿은 곳에 올라와 보니, 천국 대신 언덕 저쪽으로 또 다른 파피의 군무가 펼쳐집니다.
파피와 피그미 루핀
내 그림자를 배경으로 파피를 찍으니 주홍빛깔이 더 깊이있어집니다.
또 다른 전망대, Kitanemuk vista point 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 본 Antelope Valley의 파피들판
Kitanemuk 전망대에서 파피보호구역을 내려다 봅니다. 그냥 수채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Kitanemuk 전망대까지 잘 올라갔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푸른 빛깔의 들꽃 (Lacy Phacelia)들이 주홍빛 파피와 함께 피어있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길 주변에 파피꽃들이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있더군요. 또 다른 해를 기약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풍성한 들꽃의 향연을 다시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 사진: 이 영순 (2008년 4월 10일 랭커스터에 있는 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에서 촬영)
연결된 글: 파피에게 배우는 지혜 (계절의 향기)
주소: 15101 West Lancaster Rd., Lancaster, CA 93536
661-942-0662
www.parks.ca.gov (Antelope Valey California Poppy R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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