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이사야 53장 5절]
성묘교회(The Church of the Holy Sepulchre)
드디어 우리의 십자가 행렬은 그 종착지인 성묘교회에 도달했습니다. 교회가 있는 이 골고다 언덕은 예수님 당시만 해도 예루살렘 성 밖에 있었고 공동묘지로 사용되던 곳이었습니다. 서기 135년 하드리안 황제가 무덤을 없애고 이곳에 제우스 신전을 지었고 세풀커에 비너스 제단을 설치했지만, 서기 326년 콘스탄틴 황제의 모후인 헬레나가 이곳에 교회를 세우게 되면서 둘 다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은 헬레나가 예루살렘을 방문하던 중 꿈에 계시를 받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건물은 614년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파괴되었었고, 재건되었으나 1009년 다시 칼리프 하킴에 의해 파괴됩니다. 그후 일부 재건된 후 1149년 십자군에 의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건축되어, 예수님의 무덤과 십자가 처형 장소가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었습니다.
성묘교회에 입구 홀에서 오른편에 있는 층계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그 옛날 골고다 언덕 위, 주님의 십자가가 세워졌던 장소에 이르게 됩니다.
"십자가에 못 박고 그 옷을 나눌쌔 누가 어느 것을 얻을까 하여 제비를 뽑더라. 때가 제 삼시가 되어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 [마가복음 15장 24-25절]
오른편에 있는 테라스 뒤쪽 벽에는 예수의 옷을 벗기고 십자가에 못 박는 장면이 모자이크로 묘사되어 있는데 바로 이 지점이 십자가의 길 제 10처와 제 11처로 십자가를 이곳에 내려놓고 참혹하게 예수를 못박았던 자리입니다. 주님 수난의 최정점입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장 6-8절]
그리스 제단 가까이의 제 12처는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신 곳입니다. 울퉁불퉁한 커다란 갈보리 언덕의 바위가 투명한 유리관 안에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위 뒤편으로 그 당시의 암흑을 상징하듯 어두운 조명 속에 창백한 모습을 한 예수상이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내가 목마르다" 온 몸의 수분이 깡그리 말라져 버리는 십자가의 고통. "저희를 용서하소서.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죄성 때문에 멸망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약함을 보시고 살의가 등등한 십자가 밑에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하시면서, 또 당신을 따르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시며 주님은 끊임없이 피와 눈물을 흘리셨을 터입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심장이 터지는 듯한 비명, 듣는 이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절규를, 그는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하여 처절하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창에 허리를 찔리심으로 그 몸속에 모든 물과 피를 쏟아내셨습니다. 모든 것을 비우시며 철저하게 자신을 하나님께 희생제물로 드렸습니다.
내가 나의 죄인됨을 몰라 회개할 수 없으니, 예수께서 대신 철저하게 회개하셨습니다. 눈물을 쏟고, 피를 쏟아내고 온 마음을 항아리에 담긴 물을 쏟아 버리듯 아버지 앞에 쏟아내며 대신 나의 죄의 대가를 치르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분 자신이 육신을 입고 오신 하나님이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받아야 할 하나님의 심판을 나 대신 십자가 위에서 받으셨습니다. 주님의 정결한 보혈의 능력으로 나의 피가 깨끗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나의 모든 악의, 교만, 게으름, 불만, 미움, 시기, 원망을 철저하게 쏟아내어 제거해버리기 원합니다. 당신의 보혈의 힘을 받아, 깨끗함 얻게 하소서. 사랑, 기쁨, 온유, 평화, 인내와 선함으로 바뀌어지길 원합니다. 주님의 보혈은 정결케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시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운명하심을 보고 가로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마가복음 15장 39절]
지금은 교회 지붕아래 예배처소가 된 그 옛날 주님의 십자가가 세워졌었던 갈보리 산위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살리기 위해 인간이 되어 대신 죽으신 하나님의 사랑을 묵상합니다.
"육신 속에 감추인 하나님을 보라. 예수님, 우리의 임마누엘" -찰스 웨슬리-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와서 당돌히 빌라도에게 들어가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요셉에게 시체를 내어 주는지라. 요셉이 세마포를 사고 예수를 내려다가 이것으로 싸서 바위 속에 판 무덤에 넣어두고..." [마가복음 15장 43, 45-46절]
성묘교회 바로 안쪽 직사각형 모양의 평평한 바위가 예닐곱 개의 하얀 등잔들 밑에 놓여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리고, 이곳에서 기름을 바르고 장례준비를 한 곳으로 십자가의 길 제 13처입니다. 그 뒷벽 기다란 벽화에는 모친 마리아의 흐느낌 속에 운명하신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모습, 그 시신을 이 도유석 위에 놓고 매장을 준비하는 동안 그 주변에서 통곡하는 갈릴리로부터 온 여인들의 모습, 마지막으로 주님을 세마포에 싸서 빈 무덤으로 운구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이어 그려져 있습니다.
"그는 강포를 행치 아니하였고 그 입에 궤사가 없었으나 그 무덤이 악인과 함께 되었으며 그 묘실이 부자와 함께 되었도다." [이사야 53장 9절]
Via Dolorosa, 슬픔의 길이 끝나는 곳은 예수님의 빈 무덤이 있는 곳(제 14처)입니다. 헬레나 여왕은 이곳에 부활을 기념하는 첫 교회를 짓고(326년) 아나스타시스(Anastasis 부활)라 이름지었습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 연이은 파괴와 복구를 거친 현재의 구조물은, 초기 건축 당시 남은 것을 토대로 십자군에 의해 새롭게 건축된 것입니다. 바로 무덤 교회 앞에서 카톨릭 신도들의 미사가 진행되는 관계로 무덤의 내실까지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Via Dolorosa와 성묘교회에는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안, 로마 카톨릭, 시리안 정교회, 콥트와 에티오피아 등 여섯 개의 크리스천 커뮤니티가 연루되어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 성묘교회 안을 둘러보면서 세 종파의 각각 다른 형식의 예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어느 한 종파나 한 민족의 전유물일 수 없으신 모든 것을 초월해 계신 분,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찬양 받으시기에 합당한 영광의 주님 되심을 확인하며, 성묘교회의 문을 나섰습니다.
사망을 이기신 예수님 부활의 기쁨이 당신의 가슴속에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69신 (2006년 4월)
사진: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2006년 3월 촬영. (샤갈의 그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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