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너스 플레비트(눈물의 교회)
"가까이 오사 (예루살렘)성을 보시고 우시며 가라사대 너도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 날이 이를찌라 네 원수들이 토성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니 이는 권고 받는 날을 네가 알지 못함을 인함이니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9장 41-44절]
모든 유대인들의 자랑인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 그리고 예루살렘 성. 그러나 주님은 아셨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성과 그 백성들이 참혹하게 멸망당할 것임을... 당신의 몸이 십자가 상에서 무참히 부서지듯이 그렇게 모두의 흠모의 대상이었던 하나님의 성전도 파괴될 것임을.... 그래서 주님은 우셨습니다. 성을 보시며 안타깝게 통곡하셨습니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 보라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린 바 되리라." [마태복음 23장 37-38절]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예언대로, A.D. 70년 로마에 의해 완전히 멸망당합니다. 당시 로마의 장군 티투스(Titus)는 토성을 쌓고 예루살렘을 공략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2천년의 세월이 지나간 지금까지, 오랜 세월 그들의 영혼의 고향이었던 그 성전을 상실한 채 무너진 성전의 서쪽벽만을 만지며 눈물짓는 실향민이 되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감람산 기슭. 도미너스 플레비트(Dominus Flevit: 눈물을 흘리시는 주님) 교회를 찾았습니다. 예수께서 그의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시고 예루살렘에 올라 오셔서, 눈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예루살렘 성전과 성을 보시고 그것의 멸망을 예측하시며 우셨던 곳에 "눈물교회"라는 이름의 이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주님의 눈물을 상징하듯 눈물 방울 모양으로 지어진 교회의 잿빛과 흰색으로 맵시를 낸 돔이 3월의 밝은 태양아래 아름답습니다.
눈물교회 앞에 서서, 그 옛날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예루살렘 성을 바라봅니다. 아래쪽 가까이 스데반 순교기념교회를 필두로, 막달라 마리아 교회, 마리아 영면교회, 그리고 예수님 수난의 첫 장소였던 안토니오 요새, 멀리 성묘교회(골고다 언덕과 예수의 무덤교회)가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면 옛 예루살렘 성전 자리에 세워진 황금빛을 번쩍이는 "황금돔"(이슬람교의 모스크)입니다. 이삭이 제물로 바쳐졌던 모리아 산의 바위가 있는 황금돔. 신구약의 역사가 전개되었던 이스라엘의 성전 자리. 솔로몬과 스룹바벨과 헤롯이 지었던 예루살렘 성전의 터. 예수께서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르시며 사랑하셨던 곳.
그러나 이제는 유독 유대인들에게만 입장이 금지된 구역. 그런가 하면, 이슬람교 경전에 의하면, 이삭이 아니라 이스마엘이 제단에 바쳐졌으며, 또한 마호멧이 백마를 타고 승천한 자리라 하여 신심 깊은 아랍인들의 성지가 되어버린 곳. 유대교와 동방정교, 천주교와 이슬람과 개신교 등 거의 모든 종교의 성지인 곳, 그래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곳. 모든 것이 얽혀져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뒤죽박죽 혼돈스러운 예루살렘 성을 내려다보며 탁 트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폭력의 보복이 꼬리를 물고 종교라는 이름 아래 증오와 적의가 아직도 팽배한 것이 작금의 정치상황인데 지금 예수님이 이곳에 오셔서 예루살렘 성을 보신다면, 그 옛날 그러셨던 것처럼 또 다시 눈물짓지는 아니 하실지....
바로 눈 아래 언덕 기슭에는 감람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올리브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겨 있었고 이어지는 기드론 골짜기 주변으로 공동묘지가 펼쳐집니다. 수많은 석관들이 도시의 성벽이 있는 저편 언덕 황금문에 이르기까지 산재되어 있습니다. 맞은편 성벽 중앙에 문이 돌벽으로 막혀 통과할 수 없는 문이 있는데 그것이 에스겔서에 나오는 황금문입니다.
"그가 나를 데리고 성소 동향한 바깥문에 돌아오시니 그 문이 닫히었더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이 문은 닫고 다시 열지 못할지니 아무 사람도 그리로 들어오지 못할 것은 이스라엘 하나님 나 여호와가 그리로 들어왔음이라. 그러므로 닫아둘찌니라." [에스겔 44장 1,2절]
그런데 바로 이 닫혀진 문이 메시아가 올 때는 열린다는 전설이 있어, 가장 먼저 메시아와 함께 하기 위해 이 문 앞에 묘지가 생겼다고 합니다. 황금문 바로 앞에는 아랍인들의 무덤이 있고, 감람산 쪽 언덕 기슭엔 유대인들의 묘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어쩌면 이 유대인과 아랍인의 혼령들은 이승의 이기적인 다툼의 속절없음을 깨닫고 서로 서로 사이좋게 왕래하며 지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묘지 주변 푸른 풀들 사이사이로 피어나고 있는 빨간 야생의 아네모네들만이 그 내막을 알고 있겠지요.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69신 (2006년 4월)에서.
사진은 2006년 3월 예루살렘에서 촬영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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