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성지순례: Egypt·Jordan·Lebanon

[요르단 11] 요단 저편, 모압평야에서

wisdomwell 2008. 2. 26. 11:42

 

 

요단 저편, 모압평야에서

 

아침 요르단의 암만을 출발하여 드디어, 성지순례의 핵인 이스라엘을 향한다.  지난 나흘 동안 줄곧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 주변 국가들--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을 여행했다.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거느리고 약속의 땅으로 진군하던 모습을 그리며, 암만의 고지를 내리 달리는 버스 차창 밖, 경치에 시선을 모은다.  해발 800m의 산지에서 바다 수면보다도 400m나 아래 쪽, 사해가 누워있는 골짜기까지는 총 1,200m의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구약에 등장하는 암몬 족속이 강성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지형 때문이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이어서, 적의 침투가 힘들었고, 또한 왕의 대로(King's Highway)가 가까워 교통이 편리했고, 물이 많아 방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곳에 모압 평야지대가 드넓게 펼쳐진다.  베이지색의 메마른 산 색깔이 평야의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싯딤 골짜기이다.  180만 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단강 건너 꿈에 그리던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진을 치고 있었던 평야이다.  요단강을 건너면, 여리고 성이 지척에 있다.  아모리 족속을 물리치고, 약속의 땅을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너무 방심한 탓일까?  이스라엘은 이곳 싯딤에서 2만 4천 명이 염병으로 죽는 재앙을 만난다. 재앙의 원인은 마음의 고삐가 풀린 백성들이 모압여자들과 음행하고 이방의 신들을 예배하며 방만하게 행동한 때문이었다.  백성들의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까지 이런 범죄에 가담했으니 문제는 더욱 더 심각했다.  이제 약속의 땅에 들어가면,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 가난안인들의 세속적인 문화와 성적(性的)으로 문란한 종교의식들, 그들의 가치관에 흡수되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와해될 수 있는 위험한 시기였기에, 이들에게 이러한 호된 신고식은 차라리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을 마감으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마지막까지 남았었던 출애굽의 일세대가 모두 요단강 건너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그 옛날의 사건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날의 밝은 햇볕이 싯딤 평야를 감싼다.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나는 채소밭 사이에 작은 열매를 단 바나나 나무들이 총총히 서있고, 드문드문 풀을 뜯는 양떼들의 모습도 여유롭다.   양들은 채소밭에 남아있는 배추나 무 잎들을 먹어 좋고, 밭은 양들의 배설물들이 거름이 되어 비옥한 땅을 만들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  안내 목사님이 여기저기 퍼져있는 나무들을 가르치며 쥐엄나무라고  귀띔해 준다.  나무밑에 콩깍지 모양의 열매들이 떨어져 있다.  돌아온 탕자가 돼지 치며 허기져 먹었던 쓴 맛이 나는 열매다.  긴 세월 동안 온통 메마른 광야길을 진행해 왔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푸르름이 있고 물이 있는 이 모압 평지는 두 지파 반을 머물게 할 만큼 매혹적인 곳이기도 했다. 


 이제 요단을 건너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신천지가 전개되리라....  또한 예수님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바로 그 땅이 아닌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 요단강을 건너는 알렌비 다리가 가까워 오면서 나의 마음도 설레기 시작한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80신 (2007년 3월)

사진 2006년 3월 요단강 건너기 전 모압평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