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아프리카(Africa)

[케냐 선교여행] 나록(Narok) 마사이 마을 선교

wisdomwell 2007. 12. 2. 09:08

나록(Narok) 마사이 마을 선교

 

 

 나이바샤를 출발하여 남쪽으로 향한다.  오늘은 나록(Narok) 근처, 김순태 선교사님이 돕고 있는 한 마사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나이바샤에서 나록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중도에 남쪽행 나이로비와 서쪽행 나록으로 갈라지는 길을 만난다.  이 분기점에서부터 나록까지의 길은 지금까지 여행했던 케냐의 길 중에서 최악이었다.  포장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공사를 했었을까? 의심될 정도로 길이 패어 웅덩이가 되어 있는 곳이 곳곳에 놓여 있다.  운전사들은 이 패인 구덩이로 가기보다는 차라리 길가 흙길을 택해 지그재그로 도로를 달린다.  타이어를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서인가 보다.  그 어느 길보다도 언덕길이 많아 작은 승합차는 그때마다 껑충껑충 뛰며 달린다.  차 안에 승객들도 차와 함께 앉은 자리에서 점프를 해댄다.  차 안에서 메모를 하곤 했는데, 쓰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자동차 창에 부딪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앞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일으키는 흙먼지도 만만치 않다.  만일 지옥에 길이 있다면, 이런 길이리라.


 

 "도대체 이 나록을 거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가게 되는데, 이 케냐 최대의 관광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양으로 도로를 방치해둔단 말인가?"  공연히 케냐 정부 당국의 무능을 도마 위에 올린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창밖에 전개되는 옥수수밭만큼은 우리 일행의 시선을 끈다.  보기 드물게 키가 큰 옥수수나무들을 보며, 한 바구니 가득 옥수수를 쪄 시골 마루에 앉아서 먹던 우리 나라 농촌의 기억들을 되살려 본다.  얼마 가지 않아 창밖 풍경은 다시 건조한 사바나의 초원이 된다.  마사이족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어서, 도로 포장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드디어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큰 포장도로를 벗어나 우리가 사역할 마사이 마을 교회로 진입한다.  5,6분 정도 먼지 나는 흙길을 덜컹거리며 들어간다.  차 주변엔 마사이 복장을 한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 예사롭지 않은 승합차의 행렬을 바라본다.  

 

 교회는 입구 마을보다는 조금 높은 공터에 서 있어 시원스럽다.  지붕은 슬레이트로 얹었고, 벽은 나무 판자로 둘렀다.  판자 사이마다 틈새가 벌어져 있는 완전치 않은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안에는 5,6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긴 나무의자들이 놓여 있다.  마사이 촌 마을에 이런 교회가 세워져 있다니 놀랍다.  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도움이 있었을까?

 

 

이 교회 케냐인 목사님의 제법 기다란 환영의 인사말 후에, 학동들이 준비한 환영의 노래가 이어졌다.  14,5세 된 여학생들의 합창이었다.  몸을 흔들며 노래했는데, 꽤 긴 노래였다.  무슨 찬양인지 아프리카 마사이 멜로디인 듯 단조롭게 반복되는 곡이었다.  마사이 학동들은 더울 텐데도 짙은 청색 스웨터에 커다란 칼라가 달린 푸른빛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교복인 모양이다.  닥터 최가 노래 한 곡만 부르라고 요청했단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노래가 끝날는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 감각없이 노래가 계속될 것이므로...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자기의 것을 더 베풀고 싶어한다.  우리는 사역을 시간 안에 끝내고 다음 일정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나록 김선교사님의 사역지를 거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까지 가도록 모든 일정이 잡혀져 있으므로 빨리 봉사활동을 시작하여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가능한 한 많이 나누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처럼 온 손님에게 마음껏 자신들이 준비한 찬양을 들려줌으로써 손님접대를 잘 했다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으리라.  다행히 한 곡으로 환영의 노래는 끝나고, 일행은 나이로비 교회에서처럼 다시 각 조 별로 나누어 할당된 봉사업무에 들어간다.  

 


 

우중충하고 획일적인 아이들의 교복 속에서, 여인네들이 입고 온 원색의 마사이족 전통의상이 더 돋보인다.  가족사진을 찍어준다는 소식에 때를 놓칠세라 일부러 성장을 하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길게 늘어진 귀에 끔찍할 만큼 구멍이 크게 뚫렸다.  그러고 보니, 구멍이 휑하게 뚫려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하나같이 머리에 착 달라붙은 짧은 머리였다.  미국의 흑인 여성들과는 달리, 마사이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건지,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모두 남자처럼 빗질할 머리칼이 없다.  대신 옷차림과 장식만큼은 화려하다.  형용색색의 구슬을 꿰어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를 목에 치렁치렁 달고, 몸을 휘감은 겉옷의 색깔들도 주로 빨간 색을 많이 사용하여 현란하다.  포토제닉 상을 줄만한 화려한 색깔들이다.


 

 교회 안에서는 의료혜택의 기회를 가지기 힘든 이 오지의 주민들을 진료하고 필요한 약을 주는 일들이 진행되고, 마당에서는 복음 전파와 기념품이 전해진다.  나는 오늘도 동료들과 함께, 지난 나이로비에서 했던 것처럼, 안경을 도수에 따라 분배하는 사역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눈이 나쁘지도 않으면서, 눈 검사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서로 밀치며 줄을 서서 기다린다.  썬 글라스를 얻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렸을 때 파리가 눈에 똥을 쌓는데,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눈에 염증이 생기고 결국 제대로 한 쪽 눈을 볼 수 없게 된 딱한 아주머니도 계신다.  조금 전 환영의 말씀을 전하던, 이 교회 목사님이 성경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애쓰셨는데, 그 분에게 맞는 돋보기를 골라 드리니 흡족해 하신다.  김선교사님이 가르치는 바이블 칼리지 학생들이 이곳에서 통역을 맡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주민들과 격의없이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선교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임을 새감 실감한다. 

  

 

 사역을 마치고 나록으로 향하는 차에 오른다.  이곳에서 나록까지는 자동차로 약 30분쯤 서쪽으로 더 가야 한다.  창밖으론 너도나도 오늘 분배받은 안경 혹은 썬 글라스를 낀 채, 마사이 전통 의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며 손을 흔드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안경의 렌즈를 통해 좀 더 밝고 명료하게 세상을 보게 된 것처럼, 그들 속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고 자라나, 예수의 사랑을 알므로 더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마사이 마을을 뒤로한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87신에서]

사진: 2007년 6월 케냐 나록 마사이 마을에서 촬영.  안경낀 마사이족 사진은 김홍일님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