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성지순례: Egypt·Jordan·Lebanon

레바논 산을 넘으며

wisdomwell 2010. 1. 31. 07:05

 옛 두로 시의 기둥과 돌만 남은 유적지를 본 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지중해의 짙은 청색 바다가 환한 태양아래 펼쳐진다.  전혀 가꾸지 않은 바닷가였다. 

물결이 부딪쳐오는 바닷가 바위 곁에 눈부시게 노란 데이지 꽃들이 활짝 피어나 청색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두로 바닷가의 소박한 이층 음식점.  30년 전 한국의 소도시에 가면 볼 수 있었던 그런 건물이었는데 아랍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창 밖으로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먹는 바짝 튀겨낸 작은 생선의 맛이 일품이었다.  생선튀김이 인기가 있자, 친절한 아랍 식당주인이 말없이 테이블마다 생선접시를 더 가져다 준다. 

 

레스토랑 지하층 뒤쪽 문을 나서니, 마당이 그대로 바다가 아닌가?  지중해의 청색 물빛... 

  

성지순례 팀들의 방문으로 제법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집 같았는데 지난 여름 이스라엘과의 교전으로 그 타격이 심각하리라.  아랍 식당주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르밧 마을을 지나며


 

 

 

 

 

 

 

  

 

고대의 도시, 두로의 폐허를 뒤로하고 다시 북상한다.  오후의 햇빛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바닷가에는 바나나 밭과 대추야자 나무들의 충만한 초록빛이 무심하게 핀 데이지 꽃들의 노란 빛깔과 어우러져 춤춘다. 

 

 

티레와 사이돈 중간쯤에 위치한 옛 사르밧 마을을 원경에서 보며 지난다.  엘리야 선지자를 마지막 남은 기름과 밀가루 한 줌으로 떡을 만들어 먹이는 결단을 했던 한 과부가 살았던 곳이다. 

 

 

 

  

 

 

이 지방 출신의 한 여인, 왕후 이세벨은 엘리야를 죽이려고 총력을 기울였는데, 그녀의 살의를 피해 도망 온 엘리야는 바로 이곳에 사는 이 가난한 여인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한다.

 낮은 자, 약한 자, 아무런 힘도 없는 자.  하나님을 모르기에 이방의 개로 여김 받는 초라한 여인,  하나님은 이들을 통해서 역사 하신다. 

 

 

힘이 있고, 풍족하고, 권세 있는 자가 아니라 아무런 내 보일 것이 없어, 그저 하나님만 쳐다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쓰셔서 기적을 베푸신다.  메마름 속에 기적이다.

 

 사르밧 과부는 엘리야를 그 기근과 가뭄 속에서도 공궤할 수 있었다.  하나님 공급해주시는 밀가루와 기름 가지고...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것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그 은혜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내 것으로 한다고 생각 말라...  하나님께서 공급해주지 아니하시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철저하게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실 것임을 믿고 순종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의 기적을 베풀어주신다. 

 

 

 

 

 

 

 

레바논산을 넘으며

 

 

 

 

 

베이루트에서 레바논/시리아 국경검문소로 가려면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는 레바논산을 넘어야 한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만도 13개가 넘는 가파르게 높이 치솟은 산이다. 어제 바알벡에서 이 산을 넘어 베이루트에 올 때는 한 밤중이어서 그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었다.  산이 높아서인지 한기(寒氣)가 버스 가득 스며들어 추웠던 기억이 남는다.  산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산 위의 마을들, 베이루트 시내의 야경들이 아름다웠다. 

 

이제 낮에 올라가면서 보는 산 경치 또한 일품이었다.  가파르게 솟은 수많은 산들이 첩첩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구비구비 그 산언덕마다 집들이 지어져 있는 것이 특이해 보였다.  산마다 하나의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이 저택들의 주인들은 주로 사우디 아라비아 등 페르시아만 주변의 부자들인데, 이곳에 와서 여름 한철을 보내며 더위를 피한다고 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거의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을 무렵,

우리는 드디어 도로변에 자라는 레바논의 백향목과 만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자세로 팔방으로 푸른 팔을 벌리고

기품 있게 서있는 백향목 밑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산길이 그 정점을 지나 베카 벨리를 향해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곳에서 멀리서나마 헬몬산을 본다. 

산길을 내려와 베카 골짜기에 들어선 버스는 부지런히 레바논/시리아 국경을 향해 달려간다. 

시리아를 거쳐 요르단의 암만까지... 세 나라를 통과하려니 갈 길이 멀다.

 

 

 

 

 

 

 

 

 

 

 

 

 

 

 

 

 

 

 

 

 

 

**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에서 만난

     시리아 여인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글, 사진: 이영순 2006년 3월 레바논(두로, 레바논 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