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성지순례: Egypt·Jordan·Lebanon

[레바논 5]살리는 여인/죽이는 여인

wisdomwell 2009. 12. 13. 15:48

"화 있을찐저 고라신아, 화 있을찐저 벳새다야,

너희에게서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면 저희가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 

심판 때에 두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누가복음 10장 13, 14절]
 

예수께서 두로와 시돈을 언급하시며, 고향 갈릴리 지방인 벳세다와 고라신의 불신앙을 질타하신 것을 보면,

당시 이 지역의 우상숭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시돈의 바다 성

 

 살리는 여인/죽이는 여인

 

 시돈(Sidon)에서 두로(Tyre)를 향해 달리는 길 위에서, 나는 이곳에서 살았던 두 여인을 자연스레 떠올리며 두 사람의 현격한 차이에 놀란다.  엘리야와 같은 시대를 살며 그의 사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두 여인.  하나는 시돈 출신의 공주이며, 바알신 숭배로 악명이 높았던 아합왕의 왕비, 이세벨이고 또 다른 여인은 사르밧(현지명: 사르판드.  시돈과 두로 중간 쯤에 있는 작은 마을)의 과부이다.  두 여인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다른 것처럼 너무도 다른 여인들이다.  돈, 명예, 권력, 신분....  어찌 한 나라를 뒤흔드는 서슬 푸른 권력을 가진 왕비와, 내일의 양식조차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에 찌들린 과부를 비교할 수 있으리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두 여인의 차이를 극대화시키는 다른 요소는, 한 여인은 죽이는 여인이었고, 또 한 여인은 살리는 여인이라는 데 있다.  똑같이 우상숭배가 극심한 이방 시돈 지방의 여인들인데, 한 여인은 살기가 등등하여 엘리야를 죽이려 했고, 또 한 여인은 자신과 아들의 생명을 연명케 하는 마지막 떡 한 조각을 이 도망쳐 다니는 선지자를 위해 포기하여 그를 살려낸다.  한 여인은 우상숭배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인 아합 왕가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또 한 여인은 죽은 아들조차 다시 생명을 되찾게 하는 기적을 체험한다.

 

                                                                                                                                                       ***갈멜산 위에 선 엘리야의 동상

 

 한 여인은 이스라엘 왕국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도록 오도하여 영적인 죽음을 초래했는가 하면, 또 한 여인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한 믿음의 결단을 통해 엘리야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그를 통해 이스라엘의 영적 각성을 되살리는 도구가 되지 않았던가? 


 사르밧의 과부가 살리는 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처절하기조차 한 믿음의 결단 때문이리라. "믿음은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폴 틸리히는 말했다.  사르밧 과부는 하나님의 말씀에의 순종이라는 최선을 위해 차선의 것인, 마지막 생존을 보장해주는 떡 조각을 포기하는 믿음의 결단을 한다.  그리하여 기적을 맛본다.  하나님 주시는 은혜의 감격을 누린다.  기근의 세월을 견디어 내고, 육체적으로 죽었던 아들이 살아나고, 하나님과의 참 만남으로 죽어 있던 자신의 영혼까지 살아나는 놀라운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글, 사진: 이영순  2006년 3월 레바논 시돈(Sidon), 이스라엘 갈멜산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