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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을 위한 기도

wisdomwell 2010. 1. 22. 17:46

1월 중반(2010년)인데 집 근처 Schabarum Park에는 매화꽃이 예년처럼 올해도 활짝 피었다.  그 동안 따뜻했던 겨울날씨 탓이었겠지....

지난 주일만해도, 봉오리가 콩알만큼 작아서, 아직 피려면 꽤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예사롭지 않은 포근한 날씨, 찬란한 태양볕이 매화 꽃가지들을 깨운 모양이다.  

 

 

 

1월 12일, 막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잎들을 보면서, 매화들을 위해 기도했었다.  바로 다음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기에...

"하나님, 오랜 가뭄 끝에 비를 주심을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화가 모처럼 피어나는데, 조용히 매화가지들을 만져주는 보슬비를 보내주세요. 

폭풍이 불면, 이 수많은 꽃들과 피지 못한 봉오리들이 그냥 떨어져 버릴 거에요.  하루 종일 꽃가지들을 보듬어주는 보슬비를 주세요."

 

 

 

 

 

 

 

 

1월 13일 수요일 새벽.  일기예보대로 구름 가득한 하늘로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을 받지 않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록 조용히 비가 내린다.

홀로 매화가 피어나는 공원 길을 걷는다.  정말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꽃봉오리들, 작은 꽃들을 어루만지듯 비가 내린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또 들어주셨다.  매화를 위한 나의 기도를....

 

 

 

 

 

 

 

 

 

아,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큰언니가 이 매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한참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서 이 꽃을 보러 오긴 어렵겠지... 

지난 주일 봉오리들과 일찍 핀 매화 몇 송이들을 함께 보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많은 매화가 핀 줄은 모르겠지.... 

함께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다.

 

 

 

 

비가 와서 인가?  공원은 평상시의 아침과 달리, 인적이 뜸하다.

그런데...  저 편에서 둘째 언니가 오고 있지 않은가?  그 옆에 누군가와 함께...  자세히 보니 큰언니였다.

도대체 큰언니가 이 시간에 웬 일인가?

왜 오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함께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봄의 교향악을 일찍 핀 매화꽃을 보며, 그저 즐기고 누리면 되는 것이기에....

 

 

 

 

 

 

 

 

 

 

 

요즈음은 그저 바라기만 해도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아 혼자 놀라곤 한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의 작은 기도들을 들어주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된다.

강풍없이 보슬비를 내려주시고, 언니들과 함께 예상치 않게 매화꽃들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

 

 

 

 

 

 

 

 

 목요일도, 금요일도, 또 토요일도 나는 매화꽃 동산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고 또 서성였다.

몇년 째, 사진을 찍었으면서, 나는 또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답게 매화를 담아낼 수 있을까?

 

 

 

 

 

 

 

 

 

 

 

목요일엔, 아침 햇살이 매화꽃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빛의 향연에 가슴이 뿌듯했고

금요일엔, 내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들에게 매화꽃 동산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고,

토요일엔, 그야말로 절정에 이른 매화꽃들을 이 모습, 저 모양 렌즈에 담아낼 수 있어서 흐믓했다.

 

 

 

 

 

 

 

남가주에 1월 18일 월요일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했다.  겨울 폭풍을 동반한 장마와도 같은 계속적인 비다... 

드디어 California다운 우기가 온 것이다.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법정스님-

 


 

 

 

 

 

 

 

 

 

 

창밖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매화꽃 동산의 매화들을 생각한다.  눈처럼 떨어져 내릴 하양, 분홍, 빨강의 꽃잎들을....

애잔한 아픔...  그렇지 열흘 가는 꽃이 없다지 않은가?

그래도 피지 못한 채 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활짝 피지 않았던가? 

그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 순간에 떨어져 내릴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혼자 위로해본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감추인

   오묘한 힘을 찾으리

     - W. 워즈워즈 -

 

 

 

매화꽃!  나는 그대들로 인해 행복했노라!

아버지, 이렇게 새해 첫달에 화사한 매화꽃들을 선물로 주셔서 2010년을 빛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안톤 체홉의 희곡 "벚꽃동산"을 떠올리게 하는 분홍빛 "매화꽃 동산".

 

 

 

 

 비는 금주(1월 18일 부터 내일 22일까지) 내내 남가주의 땅을 흥건히 적신다. 

밖에는 천둥소리도 들리고, 얼마전엔 우박까지 내리고 겨울나뭇가지들은 강풍에 사정없이 흔들린다.

아 매화는? 

아름다움은 순간이기에, 아름다움일 수 있는 것이려니....

 

 

 

 

 

 

 

  

 지금 매화는 모두 떨어지고, 그 꽃의 영광은 사라져 갔지만, 그들의 자태는 내 마음 속에, 그리고 나의 카메라 렌즈 속에 담겨있다.

 

 

 

겨울 속에 봄- 매화꽃, 나의 카메라 렌즈에 담긴 그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다시 나의 블로그를 찾는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글, 사진: 지혜의 샘 블로그  2010년 1월 중순.  남가주 Rowland Heights, Schabarum Par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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