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지 빙하 (Portage Glacier)
앵커리지에서 위티어 항으로 가는 길목, Turn Again 만이 끝나는 곳에 포테이지 레이크가 위치한다.
배를 타지 않고서도 육지에서 가깝게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Chugach 산맥의 눈덮힌 수려한 봉우리들과, 눈으로 덮힌 빙하의 골짜기, 바다위에 떠도는 빙산의 덩어리들이 한 눈에 들어와,
알라스카에 왔음을 실감케 된다.
앵커리지의 남동쪽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Chugach 산맥의 산들은 골짜기 사이사이로 밀려내려오는 빙하 때문에, 날카롭게 깍여진 산세를 보여준다.
험산준령, 가파로운 산들이어서 멀리서 바라보기에 멋진 풍광이다.
Turn Again만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포테이지, 바로 눈 앞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이곳에 빙하박물관이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Voice from the ice"라는 영화를 통해 빙하의 생성과정과 신비함을 소개해준다.
한 밤중, 빙하가 떨어져 내리는 알라스카의 바다는 갖가지 기기묘묘한 소리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달빛이 교교한 밤.
검은 바다위에 하얀 빙산들이 떠다니다 서로 부딪치며 내는 괴기한 소리들은 마치 생명있는 존재의 신음소리처럼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기도 한단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서도 한밤중 내내 빙산이 부딪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묘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왜 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독 그 대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부활"을 뒤적여봐야 겠다.
골짜기 사이에 켜켜이 쌓인 눈. 영하의 기온 탓에 미처 강물이 되지 못한 채 얼어있는 눈 강. 글라시아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서 겹겹이 쌓인 눈의 무게에 못이겨 산 아래로 밀려가며 흐르는 빙하가 드디어 바다를 만난다.
물이 아니고 거대한 얼음들이 바다로 떨어져 내리며 장관을 이룬다.
Chugach산맥의 골짜기를 내리달리는 포테이지 빙하는 그 수많은 알라스카의 빙하 중 하나이다.
빙산이다. 마치 오리처럼 생긴 얼음덩어리가 두둥둥 포테이지 빙하 박물관이 있는 앞 포테이지 호수에 떠돌고 있다. 문자 그대로 빙산의 일각만을 본다.
수심이 600피트나 되는 이 깊은 포테이지 레이크 속에 빙산의 거대한 몸통 대부분이 숨겨져 있다.
저 거대한 오리 아래쪽에 얼마나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있을지??? 10 %만이 표면에 떠있고 나머지 90%는 물 속에 잠겨있다고 들었었는데....
이 호수엔 수 천, 수 만 톤의 얼음덩어리들이 잠겨있다.
프로이드가 그랬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빙산에 비교하면서,
인간이 자신으로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 10%라면, 내가 나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르는 나, 무의식의 나는 90%라고....
이 잃어버리고 있는 나를 찾아가는 것이 Psychotherapy라고 했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성숙이란, 점점 나의 무의식의 영역이 의식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뜻한다.
나를 알기도 어려운데, 빙산의 일각처럼, 오직 10% 이하의 모습만을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을 판단하고 급기야는 정죄까지하고 그런다. 마치 그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Do not judge, or you too will be judged. [Matthew 7:1]
이 꽁꽁 얼어붙은 눈 덩이 속에도 생명이 존재한다. Ice worm이라고, 얼음 지렁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얼음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건지, 창조의 세계는 그저 놀라움 그 자체다.
** 위에 두 사진은 "America From the Road" 에 게재된 포테이지 빙하의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것입니다.
저 산봉우리... 그 골짜기를 휘감고 있는 것이 눈인지, 구름인지...
아마도 하늘의 구름이 땅의 눈으로, 땅의 눈이 하늘의 구름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를 일이다.
알라스카의 하늘은 너무나도 땅과 가까우니까.....
글, 사진: 지혜의 샘 블로그
2008년 7월 31일 알라스카 포테이지 (Alaska, Portage Glac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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