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a Hot Springs: 지구 최북단에 있는 알라스카의 유황온천
백야의 도시, 페어뱅스에서 약 한 시간 가량 동쪽으로 가면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치나 핫 스프링 유황 온천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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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banks에 Eldorado Gold Mine에서 금광체험을 할 때만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
정오가 지나고 치나 유황온천으로 향할 때는 제법 비가 거치고, 차창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 반가운 마음이었다.
아직도 구름이 많이 끼어 있긴 했지만.....
워낙 삼림이 무성해, 숲 사이로 난 길에서는 길 양옆에 빼꼭이 서있는 나무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간간히 강이 흐르는 곳을 지날 때마다, 치나 온천으로 가는 길을 흐르는 시내와 함께 렌즈에 담을 수 있었다.
알라스카의 대표적인 나무인 자작나무 숲이다.
"빨강머리 앤"에서 이봔리 마을, 집 창 앞에 선 자작나무에 대한
아름다운 풍경묘사가 있었지.
그래서 인가? 웬지 시적인 맛을 풍기는 자작나무 숲이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산불 때문이었을까? 앙상하게 잎을 떨군 나무들도 눈에 들어온다.
알라스카는 물이 많은 대륙인 듯 싶다.
곳곳에 강과 시내가 땅을 적시고 있다.
짧은 여름 동안 원없이 흘러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처럼....
곧 겨울이 오면, 이 강들은 두터운 얼음 속에 갇히게 되고,
그 위엔 눈이 켜켜이 쌓이리라...
빙하의 흰 줄기들이 이 동토의 대륙을 거미줄처럼 얽히게 하리라.
그러나, 지금은 신이 주신 여름을 마음껏 누릴 때이다.
현재를 만끽하며, 힘차게, 활기차게 알라스카의 강물은 흐른다.
드디어 치나 유황 온천에 도착하다.
만병 통치의 특효가 있다는 이 북극온천은 지난 세기 초, 황금을 찾아 이곳에 온 인디언에 의해 발견되었다는데......
며칠씩 묵으며,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Lodge.
그리고 정원은 옛 개척시대의 자동차며 골동품들을 이용한 꽃장식으로 색다른 운치를 더해준다.
카리브(Caribou)의 뿔들도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군요...
알라스카만의 독특한 멋을 풍기는...
자작나무 숲 향기를 맡으며, 지구의 최북방 작은 통나무 집에서 하루밤을 지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곳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가문비나무 숲이 둘러싼 노천 유황온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모든 것이 눈밭인 알라스카에도, 이곳만은 한 겨울에도 김이 솟아오르고 있을 것이다.
밖의 온도는 화씨 60도 중반이어, 좀 써늘하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물 속에 들어가니, 그렇게 따뜻하고 쾌적할 수가 없다.
맑은 날씨엔 너무 덥기에, 구름 낀 날이 온천욕에는 제격이라고 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온천을 하면서, 보슬비를 맞는 즐거움도 누리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한 15분 있었더니,
다리가 따끔거리고 빨갛게 달아오른다.
물이 그렇게 매끈거릴 수가 없다.
온천 주변을 흐르는 따뜻한 시냇물, 그리고 나무다리.
골동품이 되어 옛날을 상기시키는 수레.
통나무 캐빈 지붕위에 풀씨가 떨어져 풀들이 자라나고 있다.
어디 풀뿐인가?
알라스카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Fireweed꽃들도 지붕 위에서 피고 있지 않은가?
불청객을 받아들여 자라게 하는 통나무집의 넉넉함을 나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문 앞에 놓여있는 옛 수레 바퀴들, 통나무집과 조화를 이루는 멋지면서도 튀지 않는 장식이 아닌가?
알라스카의 식물들은 여름의 많은 일조량 때문에, 어떤 다른 지역의 식물들보다, 크게 크게 자란다.
신의 은총의 빛에 더 많은 시간 동안 잠겨 있다면, 나 또한 더 풍성한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낡아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는 골동품이 된지 오랜 옛 트럭이 이렇게 그럴듯한 화분이 될 수 있다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어울어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우리네 삶도 이럴 수 있다면 좋겠다.
전혀 코드가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하며,
새로운 멋을 창출해내는
그런 삶을 가꾸어낼 수 있다면....
날이 줄곧 흐렸던, 탓일까?
청명하게 푸른 하늘이 반갑다.
치나 온천 주변을 서성거리며
푸르른 하늘과, fireweed가 함께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밝은 태양빛 아래, 바람이 만들어내는 자작나무(Birch) 잎사귀들의 반짝임이 나를 설레게 한다.
하얀 나무기둥, 연녹색의 나뭇잎새들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춤춘다.
치나 유황온천에서의 재충전의 시간들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라 다시 Fairbanks로 향한다.
구름들 사이로 내비치는 새파란 알라스카의 하늘빛깔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간 사라져가곤 한다.
추억의 빛깔처럼.....
글, 사진: 이영순.
2208년 7월 30일. 알라스카 페어뱅스 부근 치나 유황온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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