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모텔 창 밖을 내다보니 새벽 여명이 구름들을 온통 장미빛으로 붉게 물들여 놓고 있었습니다. 아, 저 아침 노을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호숫가로 나가야지... 언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모텔에 남고, 오빠와 저는 아직 새벽 어스름이 감도는 모텔을 나와 레이크 에스테스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록키 산 밑자락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산골마을 에스테스 파크. 이곳의 중심인 레이크 에스테스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을 오늘 아침 산책하기로 한 것입니다. 호수가 커서, 한 바퀴 돌면 5마일을 걷는 셈이 됩니다.
바람이 제법 찬데, 호수로 이르는 길을 잘못 들어 호수 한편 끝에 있는 골프장을 가로질러 호수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스름이 감도는 새벽 속, 아, 놀랍게도 풀밭 위에 2, 3백 마리는 됨직한 야생의 엘크 떼들이 소리도 없이 여기 저기 몰려 서서 아침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트레일까지 나와 있던 송아지만한 엘크가 내가 접근해 가자 슬그머니 길을 내어주며 자기 동료들에게로 갔습니다. 순한 동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겨울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먹여주시는구나.
한 마리의 엘크가 바로 옆 흐르는 개울물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모습이 천연덕스러웠습니다. 먹이도 주시고 물도 주어서 마시게 하시는 하나님.
이 거대한 록키 산맥 속에 살고 있는 그 숱한 짐승과 새들을 기르시고 생존케 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샘으로 골짜기에서 솟아나게 하시고 산 사이에 흐르게 하사, 들의 각 짐승에게 마시우시니 들나귀들도 해갈하며 공중의 새들이 그 가에서 깃들이며 나뭇가지 사이에서 소리를 발하는도다. 저가 그 누각에서 산에 물을 주시니 주의 행사의 결과가 땅에 풍족하도다" [시편 104편 10-12절]
"이것들(동물, 대소 생물)이 다 주께서 때를 따라 식물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주께서 주신 즉 저희가 취하며 주께서 손을 펴신 즉 저희가 좋은 것으로 만족하다가 주께서 낯을 숨기신 즉 저희가 떨고 주께서 저희 호흡을 취하신 즉 저희가 죽어 본흙으로 돌아가나이다. 주의 영을 보내어 저희를 창조하사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 [시편 104편 27-29절]
검은 구름들 사이로 여명의 빛이 서서히 비쳐오는 새벽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막 얼기 시작한 호수의 빙판이 아침 햇빛을 불그스름하게 반사합니다.
멀리 어제 산에 올라 가까이 보았었던 그 산봉우리들이 구름 속에 희끗희끗 보였습니다. 호수 주변의 수려한 경치를 바라보며 5, 6 마일 남짓 트레일을 걷는데 두 시간 가량이 소요되었습니다.
걷는 동안 점점 햇살이 퍼져 그 빛에 따라 호수는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곤 했습니다.
출발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환하고 따뜻한 늦은 아침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텔에 돌아가, 아침 식사를 한 후, 어머니를 모시고 모두 함께 다시 호수로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엘크 떼들이 그대로 있어서 어머니도 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울물 위 무지개 모양의 다리 위에서 한 사람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퍼덕이는 은빛 나는 물고기가 그의 낚시에 걸려 올려졌습니다. 이곳에서 잘 잡히는 레인보 트라우트였습니다.
바람이 차갑고 세차긴 했지만, 찬 얼음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록키 산 시냇물의 송어처럼 신선함과 활력이 새롭게 나의 마음에 넘쳐 남을 느꼈습니다. 어제, 오늘,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주님께서, 어깨에 쌓인 눈을 단 한 번의 바람으로 흩어버리듯, 내게 무겁게 지워져 있었던 삶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버리신 까닭입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우리 삶을 치유하는데 꼭 필요한 수선과 싸맴은 피조 세계에서 나올 수 있다. 고요하고 즐거운 자연 환경은 영적으로 짓눌리고 사회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영적 해방감을 줄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맑은 강가에서 쉬거나 꽃피는 한적한 초원의 양지바른 비탈에 앉아 있노라면 번잡한 우리 영혼에 평안과 기쁨이 찾아들 수 있다." -스잔 파워 브래튼-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65신(2005년 11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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