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 나쿠루 국립공원의 플라밍고들 -- 2007년 6월 촬영
플라밍고의 천국: 나쿠루 국립공원 2
드디어 숲 속에서 벗어나 그 유명한 플라밍고들의 서식지 나쿠루 호숫가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의 도착과 함께 비가 거세게 뿌려댄다. 홍학들은 빗줄기 속에 그대로 서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새들이 함께 모여 그림처럼 호숫가에 도열해 있을 수가 있는가?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플라밍고들이 거대한 군무를 추며 이 호수로 몰려드는 것은 호숫가에 자라는 플랑크톤 종류인 앨지가 그들의 좋은 식사감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들 머리를 물 속에 박고, 혀로 물을 뿜어내면서 부리로 청록색 앨지(algae)를 걸러 먹는다. 이들이 매일 먹어대는 앨지는 자그마치 150톤에 이른다.
영화에서만 보던 플라밍고의 모습들... 직접 보니 그 규모의 거대함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플라밍고 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를 때, 이들과 충돌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언젠가 들은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홍학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싶어 빗속을 뚫고 호수가로 내달린다. 그러나 홍학들은 내가 그들에게 가까이 간 거리 만큼 호수 내부 쪽으로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일정한 안정거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외부의 침입자에 대한 민감함이 그들을 호수 안쪽으로 내몰아간다. 호수 바깥쪽 육지 가까이 있다가는 언제, 그들을 노리고 있던 하이에나의 희생물이 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물고기독수리 역시 이 홍학들을 먹이로 삼기 위해 호시탐탐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그 큰 호수를 뿌옇게 삼킨다.
다음날 아침, 우리의 총 가이드인 사람 좋은 솔로몬은, 다시 우리를 이곳 나쿠루 호수로 인도한다. 어제 비바람 때문에 홍학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한 배려였다. 흐린 날씨였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잿빛 구름을 가르며 아침 태양빛이 구름층 사이로 삐쳐 나오고 있어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호수를 덮는다. 깨어나는 아침과 함께 수백만 마리의 홍학들은 여전히 핑크빛 헤어밴드가 되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호수 가장자리를 띠처럼 두르고 있다.
수백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동원된 매스게임인가? 북한의 '아리랑' 공연 같은 집단이 만들어 내는 예술의 아름다움이 놀랍긴 하지만, 어찌 아프리카의 호수를 무대로 하나님이 연출하신 이 천상의 매스게임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호수를 떠나오는 길은 호수를 낀 산길이었다. 호수의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벼랑 위에 피크닉 에리어가 있었다. 이곳에서 조망하는 나쿠루 호수와 그 주변의 정경을 어찌 필설로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낮게 눈 아래 깔린 호수와 그 호수를 두르고 있는 예의 그 분홍빛 홍학 떼가 만들어내는 띠...
호수 저편에 푸른 빛 산과 흰 구름. 그리고 연두색 들판 위에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는 버팔로 떼... 무엇보다도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평평한 옥상 지붕을 한 아카시아 나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정취...
지금까지 세계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본 풍경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것 같은 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정경이 아닌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을 바라보시며, "보시기에 좋았더라" 흡족해 하셨다. 바로 이곳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닌지? 아쉽게도 나는 나의 카메라로 이곳을 담지 못한다. 또 다시 충전이 문제다. 대신 다른 분들께 사진을 부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원경이어서, 그 때 경험한 그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음을 발견한다.
그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내 마음의 앨범에 새겨두어야 하는 것이려니... 재생해 낼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애틋한 추억으로 남는 것이리라... Delightful!! 그때의 그 아름다움을 내 추억의 앨범에서 끄집어 낼 때마다, 나는 내 영혼에 다시 등불이 켜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다시 짐을 싸고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집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87신에서
사진: 2007년 6월 케냐 나쿠르 국립공원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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