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 담긴 여행/아프리카(Africa)

[케냐여행] 플라밍고의 천국: 나쿠루 국립공원 1

wisdomwell 2008. 5. 29. 16:36

 

 

 

플라밍고의 천국: 나쿠루 국립공원 1 

 

케냐 여행의 백미는 단연코 나쿠루 국립공원이다.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케냐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나쿠루 국립공원 입구에서 얼마나 달렸을까? 아카시아나무들의 초록 너머로, 햇빛 반짝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의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그 호수 가장자리를 핑크빛 띠처럼 두르고 있는 플라밍고의 무리들이었다.

 

 

홍학의 핑크빛이 멀리서 보니, 마치 호수가 분홍색 헤어밴드를 하고 있는 듯했다. 수만, 아니 수십만 마리의 플라밍고들이 이 호수 가장자리에 서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가히 환호성을 올릴 만한 광경이었다. 천상의 풍경인들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인가?

 

 

 

나쿠루 호수 국립공원은 나이로비에서 약 156km 서북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플라밍고 서식지로, 겨울이면, 유럽의 철새들이 이곳으로 날아들어, 많을 때는 2백만의 홍학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 호수 공원엔 홍학 외에도 펠리컨, 황색부리 황새, 물고기독수리 등, 400여종의 조류가 산다.

 

 

 

과연 "지구상 가장 위대한 조류의 천국"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호수 동북쪽 세 개의 강 지류에서 신선한 강물이 흘러들어, 증발해 없어지는 호수물을 새롭게 공급하고, 호수물의 알칼리성분을 유지시켜준다.

 

 

 

멀리 호수를 끼고 우리의 승합차는 우선 점심식사를 위해 공원 안에 있는 숙소로 내달린다. 약 40분쯤 달려가도 호수는 그대로 우리 옆에 있었다. 무던히도 커다란 호수였다. 하긴 이 국립공원의 면적이 5만 에이커에 이른다. 호수를 꽤나 벗어난 나지막한 언덕위에 나쿠루 호텔이 있었다. 호텔 정원엔 다양한 색깔의 부겐빌라가 아프리카 오후의 눈부신 태양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선명한 컬러로 빛나고 있었다.

 

 

 

멀리 나쿠루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식당 테이블 위엔, 분홍과 하양이 섞여 있는 아름다운 조화가 꽂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플라밍고의 깃털을 이용하여, 만든 꽃들이었다. 나쿠루의 식당에 걸맞은 장식품이다.

 

 

창 밖으로 저만치 바분의 가족들이 장난을 치고 있고, 더 멀리엔 임팔라의 무리들이 함께 모여 풀을 뜯는다. 마치 야생동물들이 집짐승처럼, 이 호텔의 정원을 돌아다닌다.

   

 

 

식사가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이곳 나쿠루 국립공원의 야생동물과 홍학들을 보기 위해 지붕 뚜껑이 열린 승합차에 오른다. 점심때만 해도 그렇게 빛나던 태양빛이 거짓말처럼 검은 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고 하늘은 두터운 구름층으로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심심찮게 부슬비가 내리는 흙길을 달린다.

 

 

 

도로변 언덕을 배경으로 타조 세 마리가 어기적어기적 여유롭게 걸어간다.

 

    버팔로와 그 친구들

 

들판에서 풀을 뜯는 버팔로 주위로 새하얀 새들이 맴돌며, 그 등에 앉기도 하고, 버팔로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든다. 이 새들은 버팔로 몸에 기생하는 곤충들을 먹이로 삼고 있기에 버팔로에게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다.

 

 **황색 아카시아 나무와 바분 모자

 

나쿠루 공원엔 사바나와는 달리, 강수량이 풍부한 모양이다. 노란색 몸통의 황색아카시아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그 속에 맹수들이 몸을 감추고, 그의 희생양들을 기다릴 수 있는 곳이다. 나뭇가지들이 숲을 이루며 드리워져 있는 탓에 우리는 야생동물들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근접하여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린다.

   

 

  

커다란 기린이 우아하고 유연한 자태로 아카시아 숲 속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가 하면, 한 마리의 임팔라 수컷이 자랑스럽게 십여 마리의 암컷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여인(?)천하를 자랑한다.

 

 

 

 

워터벅, 그랜트 가젤, 바분 등도 이 숲 속에 산다.

 

 

 

몸에 온통 회색빛 철갑을 두른 듯한 우람한 코뿔소들이 사파리 나온 모든 차들을 그들 곁으로 불러들인다. 네 마리의 코뿔소들은 그들을 포위한 듯 둘러싼 차들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눈앞에서 느릿느릿 굼뜬 모습으로 풀을 뜯는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날의 스타는 사자들이었다. 나지막한 언덕 커다란 나무 밑에 사자 예닐곱 마리가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특히 나무 바로 밑에 암사자를 대동하고 앉아 있던 수사자의 의젓한 모습은 영화 라이온 킹 그대로였다. 마치 심바 가족을 만난 듯 반가웠다. 수사자는 그 앞에 도열한 차량과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먼 곳에 눈길을 둔 채 늠름하고 초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주변 여기저기에 앉아있는 사자 가족들.... 오히려 암사자의 눈빛이 번뜩임을 본다.

  

 

사자는 일부다처제이다. 사자들에게 있어 먹이를 사냥하는 일을 포함해서 모든 일은 암사자의 몫이다. 날쌔게 얼룩말이나 누우에게 달려들어 그 목을 조여 숨통을 끊어 사냥한 것을 가져오면, 수사자가 먼저 시식한다. 그나마, 사냥해온 고기가 부족하면 암사자에겐 먹을 것이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어린 새끼들을 돌보는 것도 암사자의 일이다. 수사자는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식구들을 다른 야수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사바나에서 살다보니 이들 사자 부부에게서 배운 것일까? 마사이족의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그대로 사자들의 것을 복사한 것이 아닌가?

 

 

 

 

 

 

나쿠루 호수가 가까워지니, 아카시아 숲이 끝나고 들판이 펼쳐진다. 넓은 들판 위엔 누우의 무리들, 버팔로의 무리들이 끼리끼리 모여 집단으로 움직인다.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며 맹수들의 습격을 대비한다. 버팔로 떼 앞에 홀로 선 멧돼지의 모습이 저돌적이다.

 

 

 주님 사랑 안에서, 이 영순 드림

 새벽에 쓰는 편지 제 87신에서   (나쿠루 국립공원 2에서 계속됨)

 

사진: 2007년 6월 케냐 나쿠르 국립공원에서 촬영 (이영순/Jin 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