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데스칸소 가든에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집니다.
음악가가 아니라 각종 봄 꽃들이 함께 어울어져 연주하는 생명감 넘치는 심포니 입니다.
창조주께서는 어찌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향기와 모습을 지닌 봄의 전령들을 보내주셔서
우리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봄은 마치 죽은 듯한 검은 가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진한 핑크빛 꽃을 오랜 가지마다 피워내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용솟음치는 생명력으로 굳어버린 가지에서 꽃들을 피워내는 늙은 나무를 보며, 하나님께서 내게 생명력을 허락해주시면, 나 또한 전혀 예기치 못한 일까지도, 그분이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3월, 데스칸소 가든에 피는 꽃들
LA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느 노란 개나리꽃은 떠나온 고국의 봄을 생각케 해주어서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자목련의 우아한 꽃송이들과 어울어져,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동백은 1월, 2월에 그 절정을 이루지만, 3월에도 늦게 핀 동백꽃들이 떨어진 꽃들과 함께 선명한 빛깔로 반짝입니다.
사과 꽃입니다. 봉오리가 진한 핑크빛을 간직하고 있어 활짝 핀 흰 꽃을 장신구처럼 장식해주는 애교를 보입니다.
사과꽃. 참 청순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닌 웨딩 드레스 속에 새신부 같습니다.
가을이면, 빨간 사과 열매로 또 다른 풍성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겠지요.
커다란 낙하산 처럼 펼쳐져 분홍빛 꽃그늘을 제공해주는 벚꽃
군자란. 데스칸소 가든에는 군자란들이 무리지어 서식합니다.
가든 동백나무숲 밑에 피곤하는데,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네요.
데스칸소의 봄을 상징하는 튤립 화단, 노란 수선화도 보입니다.
꽃 이름을 적어놓을 걸 그랬지요. 사진 찍는데만 정신이 없어서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님의 시를 떠올리니 꽃 한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수선화. 중앙에 종모양의 색깔이 여늬 수선화와는 다른 것을 봅니다.
저녁 무렵 코끝을 스쳐오던 이화여대 교정의 라일락 향기가 떠오릅니다.
데스칸소 가든 라일락 정원에 라일락들이 피기 시작합니다. 다음 달, 4월에 절정을 이루겠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봄나들이 온 엄마, 아빠들이 자녀들과 함께 미니 기차를 타고 좁은 레일 위를 달립니다.
정원 숲속을 달리는 미니 기차는 우리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참 곱지요. 조각 미인 같네요. 목련의 자주빛이 세련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가지각색의 프림로즈입니다. 아직도 겨울 속에 있을 때 화단에 화려한 색깔을 선사해주어서, 잿빛 겨울을 밝게 만들어주는 사랑스런 꽃이지요. 저와 어머니는 이 꽃을 "촌색시 꽃"이라는 애칭을 사용하여 부릅니다.
철쭉과 군자란. 이곳 남가주에서는 철쭉이 2월부터 피어납니다.
주택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진달래는 없네요. 진달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리워합니다.
개나리와 사과꽃
나무 하나 가득 분홍빛 꽃이 피었습니다. 멀리서도 그 화사함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사진, 글: 이영순 2008년 3월 22일, 데스칸소 가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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