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aine Lake(모레인 레이크)
열 개의 깍아지른 뜻 우뚝 선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깊고 깊은 골짜기.
이 골짜기에 담긴 잉크빛의 호수, 모레인 레이크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매혹적인 모레인 레이크는
산과 호수의 나라 카나다의 풍광을 대표하는 호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카나다 20$ 짜리 지폐 뒷면에 바로 이 호수의 풍경이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에서 모레인 레이크까지 이르는 14.9Km는 침엽수림 사이를 달리는 오르막길이다.
겨울에는 Cross Counry Ski를 위한 길이 된다.
2010년 7월 28일.
레이크 루이스 인에서 여장을 풀었던 덕에,
아침 시간 모레인 호수에 오게 되었다.
주차장 부근에 빨갛게 핀 Indian Paintbrush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20년만에 다시 만나는 Moraine Lake가 반갑다. 그때 보았을 때보다는 물의 양이 준 것 같다.
그러나 호수의 빛깔 만큼은 변함이 없다. 산 봉우리들 사이 꼴짜기를 메우고 있는 하얀 눈.
자전거를 타고 가던 젊은 남녀의 사진을
자전거와 함께 호수를 배경으로 찍어주었다.
내가 보기에도 멋진 사진이었다.
우리 사진도 찍어주겠다기에 그러라고 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맙게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사진기를 맡기면, 대부분의 사진들이, 산봉우리를 짤라 놓거나, 구도가 이상하거나 해서, 거의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들 마음대로 찍게 하고 실망도 더 이상 하지 않았기에...하는 말이다.
호수의 한쪽으로 오솔길이 나있었다.
약 1.5 Km의 트레일이다. 아침산책도 하고, 호수의 아름다움도 즐기고...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관광 그룹과 함께 오지 않았기에, 지도 보며 길을 찾아, 모르는 길을 달려야 하는 수고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마음 놓고 호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침 햇살에 유난히도 파랗게 빛나는 호수 빛깔에 감탄하기도 하고,
수줍은 듯 피어난, 들꽃들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명경같은 호수라고 했던가?
정말 거울이 되어, 주위에 산 봉우리들과 골짜기의 눈,
나무들을 그대로 반사해주는 잔잔한 호수에 넋을 잃기도 하고....
걷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하나님 주신 복이다.
관절염 때문에 수술하고, 걷기 어려운 친구들도 있는데...
건강 때문에 이런 장거리 여행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친구도 있는데... 재정형편 때문에, 혹은 식구들 때문에....
도대체 여행엔 취미가 없기 때문에....
그 모든 "때문에"를 넘어서서,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곳을 걷는다.
호수냄새, 나무냄새, 산냄새를 맡으며 걷는다.
오랜 친구와 함께 하니, 처음 가는 길이어도 평안한 마음이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 엽서 속을 걷고 있다니....
야생의 들오리들이 물 위를 날아올랐다
다시 호수 속에 잠겨든다.
오솔길이 호수 끝부분에 가까워지면서, 호수를 휘감고 있는 열 개의 봉우리들도 더 가깝게 눈 앞에 다가온다.
호숫가.
푸른 침엽수.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다보이는
호수의 물빛이 에메랄드 처럼 곱디 곱다.
빙하가 흘러들면서 만들어 내는
특유한 빛깔.
거울처럼 움직임이 없이 잔잔한 호수에, 카누가 물살을 가른다. 정중동의 아름다움.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 빨간 카누.
모레인 레이크 주변엔 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깊은 하이킹 코스는 4인 이상이어야 등반이 허용된다.
여름철은 그리즐리 베어가, 새끼들을 먹여 기르는 철이다. 4인 한 조가 되어 다닌다면, 각 개인이 제각각 다니는 것보다는, 곰들을 방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법이 제정되었다.
물론, 사람들이 개인 행동을 하면, 곰에게 공격 받을 확률도 증가되기에, 이래 저래, 4인 이상이 함께 다닐 것을 정해 놓았다.
모레인 레이크에서 3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Consolation Lake에 가려고 했었는데,
4인 이상으로 제한한 표지판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모레인 레이크의 오솔길이 끝나는 곳.
산꼭대기로부터 내려오는 빙하가 녹아내린 시냇물이
좔좔 소리를 내며 호수로 흘러들어온다.
빙하호수.
차가운 시냇물에 손을 담근다.
호수 주변에 핀 들꽃들
두 개의 사진을 붙여 하나로 만들다. Panoramic view ?
Moraine Lake 주차장에서 왕복 0.8 Km ,산길을 올라 빙하로 인해 바위들이 쌓인 지점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모레인 호수.
호수면 보다 24m 높은 지점이어서, 호수의 전경을 더 잘 볼 수 있다.
20$ 짜리 지페의 사진도 이 지점에서 촬영한 것이란다.
모레인 레이크의 봉우리를 하나라도 더 ... 두 개의 사진을 이어보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시편 121: 1,2]
글, 사진: 이영순 지혜의 샘 블로그. 2010년 7월 28일. Banff National Park (Canada), Moraine Lak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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